국내 비상장 바이오벤처 기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황은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올해 1분기 미국 내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업종 신규 투자 규모가 작년 1분기 78억달러(약 10조1275억원)에서 42억달러(5조4533억원)로 46.2% 급감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글로벌데이터는 바이오 시장의 침체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이같은 투자위축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끌어모은 분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종양학(oncology)이었다. 투자금액은 크게 줄었다. 4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68.1% 감소했다. 감염병 관련 투자는 9억달러에서 6억달러(-33.3%)로 줄어들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VC들이 투자 대상 회사를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은 물론 투자금 또한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1분기 VC들의 바이오 산업 신규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3486억원에서 4051억원으로 565억원(16.2%) 늘었다. 하지만 전체 투자액 중 바이오·헬스케어에 투자한 비중은 줄었다. 28%에서 19.5%로 축소됐다. 바이오헬스케어에서 감소한 비중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갸 흡수(26.9%→33.8%)했다.

나스닥 바이오 신규 상장주 아직도 '꽁꽁'

올 1분기 미국 바이오 VC 투자 46%↓…신규 상장株도 '꽁꽁'
4일 기준으로 2022년 들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은 18곳이다. 이 중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승한 곳은 5곳이었다. 나머지 13곳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하락한 곳 중 3곳(TC바이오팜, 힐스트림바이오파마, 어클라리온)은 반 년도 안돼 1달러에도 못 미치는 ‘동전주’가 됐다.

가장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한 곳은 지난 4월에 상장해 3600만달러를 조달한 벨라이트 바이오(Belite Bio)다. 공모가 6달러로 출발해 지난 1일 주당 37.69달러로 장을 마쳤다. 상장 후 주가 상승률은 528.2%. 업계는 건성 황반변성 치료 후보물질(LBS-008)의 기대감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LBS-008은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는 'RBP4'라는 단백질을 줄이는 경구용 치료제다. 지난 5월 미국안과학회(ARVO)에서 발표한 임상1b·2상 결과에 따르면 시험참가자 13명 중 8명(61.5%)에게서 적어도 한쪽 눈의 시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난소암 및 난소 자궁내막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누벡티스 파마(Nuvectis Pharma)는 벨라이트 바이오에 이어 공모가 대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공모가 5달러로 지난 2월 4일 상장해 11.99달러를 기록했다. 누벡티스 파마는 지난달 'ARID1A' 변이 난소암 및 난소 자궁내막암 치료제 후보물질 'NXP800'의 임상 1상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

아셀렉스 또한 공모가 대비 주가가 눈에 띠게 상승했다. 아셀렉스는 우수한 효과 만큼 부작용도 심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주가는 18.6달러로 공모가 15달러 대비 24% 올랐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