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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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대대적인 회선 부당 영업 단속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만 있고 실제 개통은 하지 않은 허위 매출을 가려낸다는 취지다. 최근 이 같은 수법으로 수십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집안 청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일부 대리점 운영 법인에 인터넷TV(IPTV) 회선 부당영업 행위 여부를 소명하라는 내용증명을 자사 대표이사 명의로 보냈다.

각 대리점에서 계약을 따낸 IPTV 회선 대부분이 부당 영업 회선으로 파악되니 회선 유치 수수료를 줄 수 없고, 이미 지급한 수수료는 반환하라는 내용이다. 이번주부터는 대리점을 대상으로 유통 구조 건전화 관련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다회선 영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다회선 영업은 리조트·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 회사, 오피스텔 등 건물 단위 회선 계약을 따오는 것을 뜻한다. 다회선 영업은 개인 영업에 비해 수수료를 한 번에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번 부당영업 단속선에 오른 D법인이 그런 사례다. LG유플러스는 D법인이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해 작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계약을 확보한 LG유플러스 IPTV 회선 총 2002회선 중 1986회선이 부당영업 회선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년간 영업 결과의 99.2%에 달한다. D법인은 경기·인천·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계약을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이들 회선 대부분이 계약 이후 최장 1년 넘게 IP를 할당받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계약 도장만 찍혔을 뿐 개통조차 되지 않은 ‘깡통 회선’이란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 대리점 운영법인의 회선 영업 현황. 계약을 따낸 회선의 99% 가량이 IP를 할당받지 않아 실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 대리점 운영법인의 회선 영업 현황. 계약을 따낸 회선의 99% 가량이 IP를 할당받지 않아 실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LG유플러스는 한 리조트에 대해선 유치 회선 수 500개 전부가 IP 미할당 상태인 것으로 파악했다. 계약분의 약 98%가 IP 미할당 상태인 한 숙박업소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예전부터 LG유플러스가 아니라 타사 IPTV 서비스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이들 가개통 회선에 대해 D법인에 지급한 유치수수료 규모는 작년에만 6억원을 넘는다. LG유플러스는 내용증명 문서를 통해 “대리점 운영사의 부당영업으로 인해 유치수수료, 미납요금, 제반 설치·장비 비용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향후 관련 고객 클레임 처리 등 추가적인 손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가짜 회선 영업은 한정된 파이 나눠먹기 구조인 통신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실적 경쟁을 하다 매출 부풀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가 영업 실적 목표치를 아주 높게 잡아놓고 비정상 영업을 사실상 묵과해왔다”며 “이제 와서 수수료를 모두 토해내라는 것은 대리점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내용증명은 부당 영업이 있었는지 아닌지 설명을 하라는 것”라며 “가짜 계약을 만들어 수수료를 받아갔다면 이를 반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상적 영업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건전한 유통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IPTV 등은 대리점이 회선 계약을 따오면 통신사가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지난달엔 이 같은 방식을 악용해 대리점과 짜고 허위 계약을 만들어 수 년간 수수료를 횡령한 전 LG유플러스 직원 A씨가 구속 기소됐다. 팀장급 직원이었던 A씨는 약 69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달 자진 귀국했다. LG유플러스는 A씨가 담당한 계약을 전수조사하고 IPTV 상품 영업 관련 직원 일부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