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맹석 SK텔레콤 부사장이 ‘SKT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양맹석 SK텔레콤 부사장이 ‘SKT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메타버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분신이 모여 서로 소통하고, 놀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로 진화할 겁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이용자가 돈과 명예를 얻을 새로운 기회도 나올 겁니다. ”

양맹석 SK텔레콤 부사장(메타버스CO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2022’에서 이같이 말했다. ‘SKT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주제로 연단에 오른 그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점점 고도화해 ‘사회형 메타버스’가 등장할 것”이라며 “가상 마을부터 도시, 국가까지 아우른 큰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 기술이 앞당긴 가상 세상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아바타를 통해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하는 가상 공간이다. 개념 자체는 20세기에도 있었지만 최근들어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다. 양 부사장은 “기술·사회적 변화가 맞물려 메타버스가 확산했다”고 했다. 각종 디바이스와 그래픽 엔진, 특수시각효과(VFX) 기술 등이 고도화되면서 실감나는 가상 세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통신 기술 발전이 겹쳤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모바일엣지컴퓨팅(MEC) 기술이 확산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MEC는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니라 이용자 근처에서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수많은 이용자가 3D 그래픽으로 실시간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 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각종 활동을 비대면으로 하는 사례가 늘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주로 서비스 수용도가 빠르게 높아진 영향도 크다”며 “덕분에 메타버스 서비스 수요가 확 늘었다”고 말했다.

“3D 메타버스 가능성 무궁무진”

양 부사장은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며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 모습에 가상 그래픽을 입힌 증강현실(AR) 메타버스, 현실을 그대로 본따 온라인으로 옮긴 미러링 메타버스, 완전히 새로운 가상세계 메타버스 등이다.
이프랜드에서 구현한 고려대 캠퍼스와 실제 고려대 캠퍼스 모습.
이프랜드에서 구현한 고려대 캠퍼스와 실제 고려대 캠퍼스 모습.
그는 “AR 공연과 메타버스 기반 대학 캠퍼스, 전시장, 영화관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현실에다 ‘플러스 알파’ 경험을 더해주는 서비스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보고싶지만 당장 여행을 갈 수는 없는 이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 에펠탑을 방문하고, 아바타로 주변을 날아다녀 보는 식이다.

그는 “평면적인 2차원(2D)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3D 가상공간으로 옮겨오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다. 의류 쇼핑몰이라면 제품 사진만 줄줄이 나오는 웹페이지 대신 아바타가 곳곳을 아다니면서 옷을 입어보는 가상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양 부사장은 “갈수록 현실 활동이 점점 더 메타버스에서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활동들도 여럿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열린다”

양 부사장은 메타버스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새로운 경제활동 가능성’을 꼽았다. “메타버스가 돈과 명예를 얻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설명이다. 아바타의 의상과 장신구, 메타버스 가상 공간을 디자인·제작해 돈을 버는 3D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이다. 아바타나 디지털휴먼(가상인간) 형식으로 활동하며 수익을 내는 메타버스 인플루언서도 많아질 전망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경제 체계를 키우는 게 필수다. 그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생태계에 참여해야 메타버스 세상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자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활동에 보상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프랜드, 글로벌 아우른 사회형 메타버스 세상으로 진화”

SK텔레콤도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사회형 메타버스 세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작년 7월 시작한 이프랜드는 그간 가상 모임과 행사 등을 위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하기 어렵게 된 기업·기관들의 채용설명회나 콘퍼런스, 연예인 팬미팅 등이 주를 이뤘다.

올해는 이용자가 보다 다양한 활동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능을 대거 추가한다. 개방형 3D 콘텐츠 플랫폼을 들일 예정이다. 이용자가 직접 디자인한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장터다. 소셜·커뮤니티·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 기능도 강화한다. 양 부사장은 “메타버스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에게 후원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이같은 방식으로 메타버스에서 돈과 명예를 얻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 안에 기업이나 서비스가 직접 입점해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파는 기능도 더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 경제체계를 가상화폐와 연결한다.
"돈·명예 얻는 새로운 기회…메타버스서 '제2의 인생' 사는 시대 온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엔 서비스를 사회형 메타버스 세계(소셜 메타버스 월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올 4분기 예정된 이프랜드 글로벌 진출과 연계해 이용자가 훨씬 폭넓은 가상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양 부사장은 “이프랜드 공간(랜드) 이동 방식도 기존 2D 목록에서 3D 지도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며 “현실부터 상상까지 무한한 세계를 메타버스로 구현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30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글로벌 경제의 2%를 차지할 전망이다. 양 부사장은 “미래학자 로저 제임스 해밀턴은 ‘사람들이 2024년엔 2D 인터넷 세상보다 3D 가상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새로운 유망 산업에서 글로벌 ICT 강국인 한국이 메타버스 강국으로도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