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진행되면서 인터넷, 게임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올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개발자 품귀 현상으로 인해 급격하게 늘어난 인건비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게임·IT 업종 기업 18곳의 이달 초 기준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6조57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초(8조8822억원)와 비교하면 약 26%(2조3120억원) 낮아진 수치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올해 초만 해도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1조748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 전망치는 1조5165억원으로 13.3% 감소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1월 초 1조840억원에서 이달 초 8269억원으로 23.7% 줄어들었다.

게임회사들은 감소폭이 더 컸다. 펄어비스는 1월 초엔 올해 영업이익이 3770억원으로 전망됐지만 이달에는 1587억원으로 줄었다. 연초 전망치 대비 반토막(57.9%)에도 못 미친다. 엔씨소프트는 영업이익이 1조696억원에서 7040억원으로 34.2% 감소했다. 넷마블(-60%) 크래프톤(-39.1%) 위메이드(-67.2%) 컴투스(-63.4%) 등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업계에선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일상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실적 전망치 하향의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반면 비대면으로 인해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개발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상당수 IT, 게임업체가 개발자 확보에 나서면서 인건비는 경쟁적으로 올랐다. 네이버는 1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네이버는 지난해 개발자를 공격적으로 채용했고 노조와 임금 협상을 통해 올해 연봉 재원을 10% 늘렸다.

게임업계는 재택근무 장기화로 신작 출시가 늦어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