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신 3사의 치열한 유치 대상이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미 ‘레드오션’인 국내 OTT 시장에서 디즈니플러스가 당초 기대만큼의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소 매출까지 보장해주면서 디즈니플러스 인터넷TV(IPTV) 독점권을 따낸 LG유플러스도 고심에 빠졌다.

‘모시기 경쟁’ 결국 출혈만

[단독] 반년만에 애물단지 된 디즈니플러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디즈니플러스와 최소 1년 이상 독점적으로 자사 IPTV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으며 최소 매출 보장 조항을 넣었다. LG유플러스의 단말·셋톱박스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을 일정액 이상 보장해준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액수는 LG유플러스가 부담하는 디즈니플러스 광고·마케팅 비용 등을 합쳐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작년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LG유플러스를 통해 발생한 디즈니플러스의 매출이 100억원을 밑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를 통한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 자체는 적지 않지만, 대다수가 대리점 프로모션 등을 통해 유입된 가입자여서 실질적인 매출에 기여하지 않는 ‘껍데기 이용자’인 탓이다. LG유플러스는 작년 9월 디즈니코리아와 IPTV·모바일 제휴 계약을 맺고 11월 중순 서비스를 출시했다. 휴대폰 월 9만5000원 이상 5G 요금제 가입자 등에게 구독권을 제공하는 등 각종 프로모션을 벌여왔다. 최소 보장액과 실제 매출 간 격차는 고스란히 LG유플러스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달라진 OTT 시장…예상 어긋나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함께 국내에 직접 진출한 글로벌 양대 ‘콘텐츠 공룡’으로 꼽힌다. LG유플러스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크게 베팅했던 이유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넷플릭스와의 단독 제휴를 통해 2020년 2분기까지 IPTV 3사 중 유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기간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약 21%, 매출은 15%가량 뛰었다.

디즈니플러스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노렸다는 게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2018~2020년은 넷플릭스가 ‘킹덤’ 등 오리지널 시리즈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시기다. 당시엔 경쟁 플랫폼도 많지 않았다. 반면 요즘엔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애플tv, 왓챠 등이 줄줄이 사업을 키우면서 대체 서비스가 많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며 OTT 수요도 감소세다.

OTT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콘텐츠가 약하다 보니 유료 가입 유지 비율도 낮은 편”이라며 “마블 시리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마니아층이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매출을 떠받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말 202만 명이던 디즈니플러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말 166만 명으로 줄었다. 출시 초보다 17.6%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 제휴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가 장기 경쟁력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가입자 유입과 해지율 감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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