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ROS1’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및 ‘NTRK’ 돌연변이 양성 고형암 치료제에 대한 동반진단이 최초로 승인됐다. 최근 BMS가 터닝포인트를 약 5조원에 인수하는 등 ROS1 및 NTRK 표적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로즐리트렉’(성분명 엔트렉티닙)의 적응증 2개에 대한 동반진단법으로 ‘파운데이션원 CDx’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동반진단은 약효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통해 선별하는 것이다.

파운데이션원 CDx는 로즐리트렉의 두 가지 적응증에 대한 동반진단법으로 승인됐다. ROS1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혹은 ‘NTRK’ 돌연변이 양성 고형암을 식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각 환자군에 대한 FDA의 첫 동반진단 승인이다.

파운데이션원 CDX는 로슈의 자회사인 파운데이션메디슨이 개발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체외진단 제품이다. 암 조직에서 분리한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검체로 300개가 넘는 암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다. 25개 적응증에 대한 동반진단으로 FDA에서 승인받았다.

미아 레비 파운데이션메디슨 최고의료책임자는 “ROS1 또는 NTRK 유전자 변이 환자는 드물지만 식별을 위해 검증된 진단법이 필요하다”며 “이번 동반진단 승인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정밀의학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로즐리트렉은 2018년 로슈가 이그니타를 인수하며 확보한 표적치료제다. NRTK 및 ROS1를 표적하는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다. 미국 일본 유럽 등 60개국 이상에서 승인받았다.

BMS, 뉴지랩도 ROS1·NTRK 표적항암제 개발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에서 80~85%를 차지한다. 비소세포폐암에서 ROS1 돌연변이가 나타나면 암세포의 성장이 활발해진다. 비소세포폐암 중 1~2%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NTRK 돌연변이는 ‘NTRA’ ‘NTRB’ ‘NTRC’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융합할 때 발생한다. 그 결과 특정 유형의 암 증식과 관련된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모든 고형암의 약 0.3%에서 발생한다.

최근 BMS도 ROS1과 NTRK을 표적하는 기전의 후보물질을 확보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3일 BMS는 신약개발사인 터닝포인트를 41억달러(약 5조1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터닝포인트는 ROS1 및 NTRK를 표적하는 ‘레포트렉티닙’을 비소세포폐암 및 진행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 미국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서는 뉴지랩파마의 자회사인 뉴지랩테라퓨틱스가 ROS1 및 NTRK 표적의 ‘탈렉트렉티닙’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최근 국내 임상 2상의 대상을 ‘ROS1’ 변이 신규 폐암 환자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국내 표준치료제인 ‘잴코리’ 사용 중 내성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었다. 잴코리는 ROS1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탈렉트렉티닙의 국내 판권은 안허트 테라퓨틱스를 거쳐 2020년 뉴지랩파마가 도입했다. 현재는 뉴지랩테라퓨틱스에 권리를 이전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안허트 테라퓨틱스가, 중국에서는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가 각각 개발 중이다.

뉴지랩테라퓨틱스는 같은 기전의 약물 중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로 탈레트렉티닙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된 중국 임상 2상 중간결과가 자신감의 근거라고 했다.

탈렉트렉티닙은 중국 임상 2상에서 1차 치료제로 환자 21명에 대해 객관적반응률(ORR)과 질병조절률(DCR)이 모두 90.5%를 기록했다. 16명에 대한 2차 치료에서는 ORR 43.8%, DCR 75%였다.

BMS의 리포트렉티닙은 1차 치료 임상 1·2상에서 79%의 ORR이 나타났다.

로즐리트렉은 임상 1·2상을 아시아인에 대해 하위 분석한 결과에서는 ORR이 ROS1 변이 환자에서 69.9%가, NTRK 변이 환자에서 69.2%로 나타났다.

뉴지랩파마 관계자는 “중국 임상 중간결과와 같이 국내 임상에서도 잴코리와 로즐리트렉보다 높은 ORR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