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예약 거절' 문자 받지 않으려면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 6명, 한우, 주차 가능”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식당을 찾으려면 포털 사이트를 뒤져 리뷰를 확인하거나 식당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캐치테이블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3000여 개의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는 이 앱에선 지역, 메뉴, 매장 이름을 선택해 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

기존 예약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예약하면 앱 내 직원이 매장에 전화를 걸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이었다. 캐치테이블에선 매장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예약을 확정할 수 있다. 예약 실패 사례를 확 줄였다.

캐치테이블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었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지난 4월 기준 140만 명을 넘어섰다. MAU 증가와 함께 완료된 예약 건수도 빠르게 늘었다. 한 달에 12만 건의 예약이 캐치테이블에서 이뤄진다. 1년 전보다 12배나 늘어났다. 최근엔 알토스벤처스 등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300억원 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2000억원에 육박한다.

캐치테이블 운영사인 와드의 첫 출발은 지금과 같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기반 식당 예약 서비스가 아니었다. 식당에 고객들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한 게 첫발이었다.

상황 1 예약 서비스 불편
도전 1 방대한 매장 DB 확보

기존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들은 예약 신청부터 확정까지 시간이 3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기껏 예약했더니 ‘예약 거절’이라는 알림이 올 때도 있었다. DB 없이 단순히 식당과 이용자를 중개해주는 역할에 그친 탓이었다. B2C 사업모델만 가진 회사들의 한계였다.

캐치테이블은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를 내놓기 전 B2B 솔루션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호텔이나 항공권처럼 원하는 조건(날짜, 시간, 인원 등)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예약이 가능케 하기 위해선 DB를 모으는 게 필수였다. DB를 모으기 위해 시작한 게 ‘매장용 캐치테이블’인 B2B 서비스였다.

월 예약이 최소 150건 이상 이뤄지는 매장들을 찾아나섰다. 이들은 예약 관리의 ‘니즈’가 있는 매장들이었다. 각 매장에 고객들의 예약 현황이나 방문 횟수, 노쇼 여부와 같은 고객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식이다. 예약 건수에 따라 매월 3만3000~9만9000원을 받는다. 이를 통해 방대한 매장 DB를 확보했다.

B2B 솔루션을 마련하자 소비자에게도 예약이 많고 인기있는 매장 리스트를 전달하기가 쉬워졌다. 이용자들은 캐치테이블이 ‘실용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실용성은 다양한 음식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에겐 혜택으로 자리잡았다.

상황 2 브랜드 인지도 제고 필요
도전 2 카카오톡 ‘알림톡’ 서비스

B2C 예약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기 전부터 소비자에게 ‘캐치테이블’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다. 소비자들이 전화를 통해 식당 예약을 완료한 뒤에도 매장에 다시 전화를 걸어 방문이나 운영 관련 문의를 자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B2B 서비스만 제공할 때던 2017년부터 ‘알림톡’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약이 확정된 고객에게 일정 리마인드 뿐만 아니라 매장 운영시간, 주차장, 콜키지 정보 등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캐치테이블은 인지도 제고를 위해 고객들에게 알림톡 서비스를 ‘캐치테이블’ 이름을 걸고 전송하기 시작했다. 모든 예약 건에 대해 ‘캐치테이블에서 예약 안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덕분에 B2C 앱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또 방문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알림톡을 동반 인원들에게 공유하려는 수요를 포착했다. 이를테면 4명 분의 예약을 확정한 예약자가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3명에게 식당 주소나 정보를 바로바로 알리려는 시도였다. 이에 빠르게 ‘공유하기’ 버튼을 추가해 번거로움을 줄이고, 1건의 예약으로 동반 인원들에게까지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예약 1건은 평균 3.9명의 동행인들에게 공유됐다. 지금은 알림톡 공유하기 기능을 더 고도화해 동행인 초대 기능으로 발전시켰다. 실제 동행자가 앱에서 방문 일정을 확인하고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게 했다. 마케팅 타깃의 접점을 활용해 브랜딩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다.
캐치테이블의 예약 안내 서비스인 ‘알림톡’. 앱을 다운받지 않은 이용자들도 캐치테이블로부터 안내 문자를 받을 수 있다. / 사진=캐치테이블
캐치테이블의 예약 안내 서비스인 ‘알림톡’. 앱을 다운받지 않은 이용자들도 캐치테이블로부터 안내 문자를 받을 수 있다. / 사진=캐치테이블

상황 3 마케팅 타깃 변화 필요
도전 3 타깃의 공통 성향에 집중

캐치테이블은 서비스 출시 초반 코어 타깃을 35~45세의 인구집단으로 정했다. 가족·친구·직장동료와의 외식이 잦고 경제력도 어느 정도 갖춰진 집단이었다. 하지만 미식 열풍이 확대되면서 인구통계학적으로 타깃을 나누는 게 아니라 타깃의 공통 성향에 집중해 팬덤을 만드는 것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우선 앱 출시 초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통한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진행했다.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자체를 넘어 특별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후 캐치테이블 앱 내에서 특별한 경험을 즐길 수 있게끔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캐치 더 데이’다. 입점한 식당과 협업해 캐치테이블 이용자들을 위한 특별 전용 메뉴를 내놨다. 예약 경쟁이 치열한 레스토랑의 자리를 선 확보해 VIP 이용자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이용자에게 한정된 기회를 우리만 누릴 수 있다는 일종의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밖에도 미식가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 콘텐츠들을 앱 내에서 큐레이션해 제공하거나, ‘핫’한 레스토랑들을 발빠르게 입점시키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한 번에 캐치테이블이 떠오를 수 있도록 ‘타깃 접점’을 활용하는 게 주 전략이다.

김종우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터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낸 후(need identification), 이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solution development), 소비자에게 잘 전달(delivery)하면 된다.

출발은 언제나 정확한 “고객 니즈 파악”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서비스하는 것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무작정 들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캐치테이블은 두 가지 관점에서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였다고 판단된다. 첫째, 고객의 니즈를 좀 더 세분화해 접근했다. 사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우리는 가끔 레스토랑이나 숙박시설을 예약했다가 최종 예약이 완료되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때 실시간으로 예약이 확정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고객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기존의 예약 서비스는 식당과 이용자를 단순히 중개만 했기 때문에 해당 니즈까지 완벽히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캐치테이블은 이러한 예약 니즈를 더 세부적으로 파악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다.

둘째,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산자, 소비자 양쪽의 니즈를 모두 성공적으로 충족시켰다. 성공적인 플랫폼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좋은 생산자들이 함께 많이 모여야 한다. 즉, 어느 한쪽의 니즈만을 충족시키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캐치테이블의 경우, 예약 관리 니즈가 있는 매장들에게 B2B 서비스를 제공하여 생산자의 니즈를 해결하고, 소비자에게는 실시간 예약 확정 서비스를 전달해 각각의 니즈에 차별적으로 접근하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레스토랑을 추천할 수 있는 선순환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에서 단지 예약 일시, 인원 수, 장소 등을 안전하게 확정하는 것만이 최종 목적은 아닐 것이다.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솔루션은 아마도 특정한 식사의 목적을 만족시키는 것일테다.

이 관점에서 캐치테이블은 앱 내에서 상황별, 주제별 레스토랑을 추천함으로써 고객에게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른을 모시고, 반려동물과 함께, 전통주가 있는, YES Kids Zone, 데이트 코스 등의 레스토랑 분류는 예약을 통해 고객이 경험하고자 하는 최종 솔루션의 예를 제안한 것이다. 캐치 더 데이, VIP 이용자를 위한 선 예약 서비스 등도 모두 고객 입장에서 특별한 경험 해결이라는 또 다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예약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해당 비즈니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캐치테이블 마케터는 이제 자사의 서비스를 어떻게 더 차별화할지, 어떤 영역으로 새롭게 서비스를 확장할지, 그리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을 감안해 기존 고객을 어떻게 Lock-in 시킬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비용보다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해 계속해서 자사 고객으로 유지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든다. 기존 고객 유지가 신규 고객 유치 보다 6배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고객이탈률을 5% 줄이면 수익이 25%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경험과 특별한 대우를 원한다. 흔하고 진부한 경험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라면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자신에게 남다른 특별한 대우를 제공하는 기업에 더 호감을 갖는다.

이러한 기업과 소비자의 입장은 ‘관계마케팅’으로 살펴볼 수 있다. 관계마케팅에서는 소비자와 기업간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되려면, 소비자에게 충분한 ‘관계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계혜택은 확신적 혜택, 사회적 혜택, 특별대우 혜택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확신적 혜택은 소비자가 거래 상대방인 기업을 신뢰할 수 있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믿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혜택은 기업의 직원이 소비자를 알아보고, 소비자가 그 직원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다. 소비자는 상대방(직원)이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원하고 그렇게 자신을 기억하는 직원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특별대우 혜택은 가격 인하 조건을 적용받고, 특별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혜택이 주어지면 소비자는 해당 기업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관계혜택과 관계마케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가 중요한 금융회사에서 많이 활용돼 왔다.

캐치테이블은 앱 출시 초반, 소비자들이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다양한 시도를 했다. 캐치테이블이 특별 대우를 제공한 VIP 이용자는 상대방(캐치테이블)이 자신을 알아봐준다고 느꼈을 것이란 점에서 사회적 혜택과도 관련이 된다. 기존 고객을 계속해서 자사 고객으로 유지하려는 마케터는 관계혜택에 좀 더 집중하는 전략도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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