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하나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찾아봐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 용어(꼬.꼬.바)’에서 낯선 제약·바이오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편집자주]
박셀바이오는 ‘모노바디’ 기반의 차세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국제특허(PCT) 출원을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 5월 27일 기사)
앱클론은 CAR-T 치료제 ‘AT101’의 ‘h1218’ 항체와 이를 이용한 CAR-T 치료제에 대한 일본 특허 등록이 결정됐다고 3일 밝혔다.(6월 3일 기사)

특허는 신약 개발 관련 기사에서 논문 임상 기술이전 등과 함께 자주 접하는 단어입니다. 의약품 특허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제약사 및 신약개발사의 특허 관련 소식은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될까요?

앞서 특허가 만료돼야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허는 어떠한 발명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독점적인 권리를 의미합니다.

한국 약사법 제50조2 4항 ‘의약품에 관한 특허권의 등재 등’에 따르면 특허는 물질, 제형, 조성물, 의약적 용도로 그 종류가 인정됩니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의약품의 제조 방법이나 포장, 용기, 도구 등에 대한 특허는 의약품 특허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비아그라가 국내에서 무효 처분받은 용도 특허는?

물질 특허는 의약품의 주요 약효 성분에 해당하는 물질에 대한 권리를 말합니다. 의약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특허입니다. 주성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원료 물질이나 제조 과정의 중간 물질, 주요 성분이 아닌 첨가제 등은 물질 특허의 대상이 아닙니다.

조성물 특허는 주성분을 포함한 조합에 관한 권리입니다. 두 종류 이상의 주성분 조합이나 주성분과 첨가제의 조합 등이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의약품 주성분인 A와 B가 분리된 상태로 하나의 캡슐에 들어 있다면 조성물 특허의 대상이 됩니다. 만약 A와 B가 섞여 새로운 물질이 된다면 조성물이 아닌 물질 특허의 대상입니다. 일반적으로 합성의약품의 경우에는 화학식이, 바이오의약품의 경우에는 DNA의 염기서열 혹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그 기준이 됩니다.

물론 조성물 특허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주성분인 A와 B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지 못했다면 판매할 수 없습니다.

제형은 의약품의 투여 형태를 의미합니다. 약의 제형은 주사하거나 먹거나 붙이거나 바르는 등 투여 방법에 따라 다양합니다. 주사제도 투여 부위에 따라 정맥에 투입하는 주사(IV)와 피부 아래(피하)에 맞는 주사(SC) 등으로 제형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먹는(경구용) 약은 알약(고형제)과 물약, 가루약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알약은 다시 정제와 캡슐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용도 특허는 단어 그대로 의약품의 쓰임새, 즉 어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특허입니다. 의약품의 물질 특허에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용도 특허가 포함됩니다. 물질 특허가 등록되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를 기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이미 물질 및 용도 특허가 등록된 물질이라도 새로운 쓰임새(용도)를 발견한다면, 이에 대한 별도의 용도 특허를 등록해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이자는 협심증 치료제인 ‘실데나필’를 개발하고 1990년 초에 물질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화이자는 임상실험 도중 실데나필이 발기부전증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발기부전 치료에 대한 용도 특허를 따로 받았습니다. 유명한 ‘비아그라’의 탄생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비아그라의 발기부전에 관한 용도 특허가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2012년 특허심판원은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미흡하고 선행기술보다 진보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용도 특허를 무효로 결정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국내에서 수많은 복제약(제네릭)이 출시됐습니다. 실데나필에 대한 기존 물질 특허는 국내에서 판결 이전인 2012년 5월 17일에 만료됐기 때문입니다.

용도 특허의 범위에는 용법 및 용량에 관한 특허도 포함됩니다. 용법은 약을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하루 1회, 주 1회 등입니다. 용량은 투여하는 약물의 양입니다.

특허 ‘출원’과 ‘등록’은 어떤 차이일까?

바이오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특허에 관한 용어 중에는 헷갈리는 단어가 많습니다. 처음에 예로 든 기사에서 박셀바이오는 국제특허(PCT) 출원 소식을, 앱클론은 일본 특허 등록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허의 출원과 등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특허 출원은 특허를 인정받기 위해 특허청 등 규제 기관에 심사를 신청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심사를 거쳐 적합하다고 인정받으면 특허 등록이 됩니다.

모든 출원된 특허가 등록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특허 출원은 등록에 앞선 절차이긴 하지만 등록에 비해 큰 의미는 없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 출원은 비슷한 시기에 발명 내용이 겹칠 경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국내 및 여러 나라에서는 특허의 인정에 있어 ‘선출원주의’를 적용합니다. 즉, 등록된 특허가 없는 상황에서 같은 발명에 대해 여러 명이 특허를 출원했다면, 출원일이 앞선 사람이 권리를 인정받습니다.

미국은 2012년 선출원주의를 도입하기 전까지 선발명주의를 적용했습니다. 출원일에 관계 없이 발명일이 앞선 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156개국에서 출원일을 인정받는 ‘PCT'

박셀바이오가 출원한 국제특허(PCT)는 무엇일까요? PCT는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실제 특허 출원 및 등록에 앞서 특허 출원일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입니다. PCT는 ‘특허협력조합(Patent Cooperation Treaty)’의 약자이며 이 조합에 가입한 156개국에서 인정됩니다.

PCT는 출원은 있지만 등록의 개념은 없습니다.

먼저 특허가 각 나라의 특허법에 의해 결정되고, 해당 국가에서만 인정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신약개발사가 한국에서 특정 치료제에 대한 물질 특허를 등록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각국에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각의 특허 출원 및 등록을 진행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특허 출원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소규모 바이오 기업의 경우에는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특허 출원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각국에서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먼저 PCT에 특허를 출원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PCT 출원 날짜를 특허협력조합에 가입한 156개 국가에서 특허 출원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PCT 출원일로부터 30개월 혹은 31개월 이내에 각 나라에 각각 특허를 출원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 PCT 출원일이 실제 출원일로 인정됩니다. PCT 출원을 통해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특허 출원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박셀바이오는 PCT 출원 이후 각 나라에 특허 출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에 출원을 진행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앱클론은 AT101에 대해 2018년 PCT를 출원한 이후 각국에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번 일본 특허 등록은 해외에서 등록된 첫 특허입니다. 미국 유럽 중국 호주 등에서도 특허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