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 신약' 졸겐스마, 한번 맞는 데 25억인 까닭
최근 희귀유전병 척수근위축증(SMA)을 앓는 환자 가족이라면 기뻐할 만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투약 비용이 25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신약 ‘졸겐스마’(사진)가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사용을 허가한 지 1년 만입니다. 졸겐스마는 단 1회 투약으로 병을 완치할 수 있어 ‘원샷 치료제’로 유명하지만, 너무 비싼 약가 때문에 일부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졸겐스마는 왜 이렇게 비쌀까요. 또 어떻게 한 번의 투약으로 치료법이 없던 유전병을 낫게 할 수 있을까요.

척수근위축증은 전신 근육이 점점 약화돼 호흡이나 심장이 뛰는 데 관여하는 근육에까지 영향을 미쳐 만 2세 이전에 사망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유전병입니다. 근육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SMN1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합니다. 많은 환자가 도움 없이는 걷지 못하고, 그중 30%는 만 25세 이전에 사망합니다.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SMN1 유전자의 대체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제란 환자의 몸에서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를 대신할 유전자를 넣어주거나, 오작동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의약품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졸겐스마를 투여하면 본래 유전자가 생성해야 할 근육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대체 유전자가 대신 만들어줍니다. 합성의약품이나 인슐린 같은 단백질 의약품은 우리 몸에서 대사 과정을 통해 다른 물질로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면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약효 유지를 위해선 꾸준히 투약해야 합니다. 하지만 졸겐스마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집어 넣어주는 방식이어서 단 1회 투약으로도 유전병을 완치할 수 있는 것이지요.

졸겐스마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기 전까지 척수근위축증 환자들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는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였습니다. 스핀라자는 첫해에 6회, 다음해부터는 3회씩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인데, 1회 투약 비용이 12만5000달러(약 1억6000만원)에 달했습니다. 20년 동안 복용한다고 가정하면 100억원가량이 듭니다. 스핀라자에 비하면 졸겐스마가 오히려 ‘가성비’가 좋은 셈이죠.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