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硏 900여 개 제조기업 데이터 분석 결과
"특허 중심 R&D로 전략 경영 나서야"
국내 주력 산업인 전자, 자동차 분야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효율이 타 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R&D 기업의 효율성 결정요인:산업별 특허 효과를 중심으로'란 보고서를 17일 발간했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벗어나려면 '무차별 돈을 살포하는 R&D'에서 벗어나 '특허 창출이 가능한 R&D'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2005~2018년 국내 제조업 분야 기업 938개 데이터를 토대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전자, 자동차, 기계·장비, 의약, 화학, 전기장비, 기타 업종으로 분류됐다.
분석 모형은 추정 생산함수 기반 확률 프런티어 분석(SFA)을 썼다. 자원 투입 대비 산출(효율성)을 판단하는 수학 모형인 SFA는 평가집단 내에서 상대적 효율성과 비효율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추정 생산함수는 자본, 중간재, 노동, R&D스톡을 투입 변수로 하는 초월대수함수를 사용했다. 중간재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합에서 인건비와 비용으로 처리된 R&D, 감가상각비를 뺀 것으로 상정했다.
분석결과 938개 기업의 R&D 효율성 평균은 0.427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0.458로 중견기업(0.421), 중소기업(0.423)에 비해 높았다. 산업별 효율성은 의약(0.54)이 가장 높고 전자(0.4)와 자동차(0.38)는 평균을 밑돌았다.
R&D 효율성에 미치는 변수인 업력, 연구개발 집중도, 특허 스톡(stock), 부채비율, 수출 여부, 자산 규모 등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특허 스톡'으로 나타났다. 특허 스톡은 특히 전자, 자동차, 의약 산업 효율성 제고에 직결됐다. 반면 화학 산업 R&D 효율성 제고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연구개발비와 인력을 증대하는 전략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기술적 환경이 급변하는 등 '성장의 한계'가 여실해지면서 투자 대비 효율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R&D패러독스(적극적 R&D 투자에도 성장이 정체되는 것)를 극복하기 위해선 혁신 R&D에 착수하는 것 뿐 아니라 혁신의 성과물을 특허로 권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허 등 지식재산권은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일 뿐 아니라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고, 침해 소송 리스크 대응·라이선싱을 통한 수익 확보 등이 가능한 전략 경영의 핵심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변호사 광고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가 검찰서 변호사법 위반 등에 대해 재차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리걸테크(법률정보) 기업들의 불안감이 걷히는 분위기다. 위법 논란을 앞세운 변호사단체들의 공세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영업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강범구 부장검사)는 변호사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로앤컴퍼니를 불기소 처분하기로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고발인인 직역수호변호사단 측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선 모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측은 “로톡이 광고료 이외의 상담수임 관련 대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한다고 볼 수 없다”며 “판례 역시 대한민국 법원 사이트의 판결문 열람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로앤컴퍼니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회사는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도 로톡 운영이 합법임을 인정받았다. 잇달아 합법임을 인정받으면서 이제는 대한변호사협회 등과의 법적 분쟁에서 확실히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다.로앤컴퍼니가 승기를 잡으면서 다른 리걸테크 기업들도 웃음 짓는 분위기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변호사 중개와 법률문서 자동 작성, 법조문·판결문 검색, 소송 통계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법률 관련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면서 주목받았지만 “변호사에게만 허용된 업무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단체들과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 변호사법 등을 위반했다고 고발당한 기업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로톡이 합법적임으로 인정받으면서 리걸테크 기업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걷혔다는 분석이다.리걸테크업계는 재판을 앞둔 국내 1위 특허검색서비스 업체인 윕스의 운명에 주목하고 있다. 이형칠 대표 등 윕스 임원 세 명은 지난해 12월 말 검찰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수사 역시 변호사단체의 고발로 시작됐다. 검찰 측은 고발내용을 일부 받아들여 “윕스가 고객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특허, 상표, 디자인의 특허청 등록·무효·침해에 관한 감정 보고서를 제공해 일반적인 특허 조사업무 범위를 넘어 법률사무를 취급했다”고 보고 있다.1999년 설립된 윕스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특허 검색 사업을 선보였다. 2억 건이 넘는 특허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청이 지정한 선행기술 전문조사기관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343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냈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김준구(가명) 씨는 2012년부터 사업상 해양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여러 해외 특허를 출원해왔다. 김씨는 출원 당시 이름의 한글 자음 ‘ㄱ’을 ‘G’로 표기해 등록했다. 그러나 여권 영문 이름엔 ‘ㄱ’이 ‘K’로 표기돼 있었다. 즉 특허 출원에는 ‘JUNGU’, 여권명엔 ‘JUNKU’로 표시가 된 것이다.그러나 중동 지역 일부 국가에서 두 영문 이름이 다르다며 특허 출원을 거부당했다. 해외에서 특허 출원 시 나라마다 등록된 이름이 다르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식재산권 보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김씨는 외교부에 영문 이름을 바꿔달라며 신청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를 거절했고 결국 재판까지 하게 됐다.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김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 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업상 이유로 여권의 영문 이름을 변경하는 것은 여권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현행 여권법 시행령에는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 성명과 다른 로마자 성명을 취업·유학 등 이유로 장기간 사용한 경우 △인도적 사유를 고려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로마자 성명 교체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미 해당 로마자 성명으로 외국에서 생활관계 또는 법률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는 제한적으로 로마자 성명 표기 교체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이를 두고 김씨 측은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경우라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이미 특허를 출원한 이름과 여권 이름의) 표기가 달라 일부 국가에서 특허 출원을 하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로마자 성명 교체를 주장했다.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외국에서 생활관계 또는 법률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판단의 근거는 김씨의 해외 체류 기간이다. 재판부는 “김씨는 4년간 12일 정도만 해외에 나가 있어 생활관계 또는 법률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로마자 성명을 쉽게 변경해준다면 한국 여권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지적했다.그러나 법조계에선 “해외에 머물지 않더라도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 나라에서 법률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해외 체류기간만으로 법률적 관계 형성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재판부가 특허나 사업 등의 중요성을 너무 축소해서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또한 재판부는 해외에서 출원인 성명을 변경하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김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지식재산권 산책]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기업·학교·연구소는 독자적인 연구·개발(R&D)만으로는 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진입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다.그런데 공동 연구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공동 연구 계약 당사자들은 공동 연구 결과의 귀속이나 실시, 개량 발명에 대한 취급 및 수익 배분 등의 권리관계에 대한 사항을 잘못 이해하는 일이 빈번하다.또 자신들에게 필수적인 내용을 계약에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공동 연구 종료 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거나 첨예한 시각차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은 연구의 목적과 당사자의 역할을 정하고 공동 연구 결과, 특히 특허 받을 권리의 귀속을 정하게 된다.당사자들은 권리의 귀속을 결정할 때 핵심 아이디어를 구상한 주체와 연구 관여 정도 등 기여도를 고려해 일방의 기여도가 월등히 높다면 공동 연구 결과를 일방의 단독 소유로 정하기도 한다.다만 일반적인 공동 연구 계약에서는 특허 받을 권리를 공유로 정하는 것이 보다 보편적이고 이때 기여도를 고려해 지분 비율을 달리 정하기도 한다.공동 연구 결과에 따라 특허권을 공유할 때 각 공유자는 특허의 지분 비율에 따라서만 특허권을 사용하고 지분 비율에 따른 이익만을 향유하는 것일까.예를 들어 보자. A가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연구 자금을 제공하고 주요 연구를 수행하기로 한 반면 B는 부수적인 연구만 수행하기로 했다. A와 B는 기여도를 고려해 특허 받은 권리를 99 대 1의 지분 비율로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그렇다면 이때 B는 자신의 지분 비율인 1%에 상응하는 만큼만 해당 특허를 이용해야 하고 B가 특허 전부를 이용해 이익을 향유했다면 A는 B에게 이익금의 99%에 대한 반환을 요청할 수 있을까.정답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특허권의 객체인 기술은 소유권 객체인 물건과 달리 1인의 실시가 다른 공유자의 실시를 방해하지 않는다.따라서 계약으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공유자 1인이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도 특허를 실시할 수 있다(특허법 제99조 제3항).그리고 이런 실시에 대한 이익도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예시에서 특허권에 대해 1%의 지분을 보유한 B는 특허 전부를 실시할 수 있고 B는 A에게 실시에 따른 이익금을 반환할 의무도 없다.이런 점을 고려해 당사자들은 공동 연구 계약 체결 시 특허 받을 권리의 귀속뿐만 아니라 특허 실시의 주체와 특허 실시에 의한 수익 배분까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특히 자기 실시가 어려운 당사자는 자신의 기여도를 고려해 다른 공유자의 실시에 따른 수익 배분 여부, 기준과 방법에 대해 미리 협의해 계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한편 특허권이 공유라면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지분을 양도하거나 실시권을 허락할 수 없다(특허법 제99조 제2항·제4항).이는 공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특허권의 지분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규정이다. 당사자들은 처음부터 제삼자에 대해 특허권 양도 및 실시권의 허락을 통한 이익 향유를 목적으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그런데 이때 공유자 1인이 합의된 실시료 이상의 이익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지분 양도, 실시권 허락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이때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이유 없는 부동의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의 동의 간주 조항 혹은 상대방의 동의권을 사전에 배제하는 조항을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이 밖에 당사자들은 분쟁 방지를 위해 공동 연구 계약 시 개량 발명에 대한 권리관계, 계약이 해지된다면 당시까지 형성된 연구 결과물의 귀속 등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은 소모적인 분쟁 방지를 위해 중요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협의하고 이를 의도한 바에 따라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다만 각 당사자는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만 관철하려고 한다면 공동 연구 계약 체결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차효진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