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게임으로선 새로운 시도…해외 선발주자 뛰어넘는 혁신 필요
K-생존게임 도전장 내민 '디스테라'…완성도 확보가 숙제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생소한 장르인 패키지형 생존 게임을 카카오게임즈가 야심차게 선보였다.

다만 아직 초기 베타 단계여서 세계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7일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이달 4일 글로벌 베타테스트에 들어간 '디스테라'(Dysterra)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장르의 PC 온라인 생존 게임이다.

'아바', '블랙스쿼드', '크로스파이어' 등 유명 국산 1인칭 슈팅(FPS) 게임 개발진을 주축으로 2016년 설립된 국내 개발사 '리얼리티매직'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다.

게임의 배경은 '디스토피아'(Dystopia)와 '지구'(Terra)를 합성한 타이틀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먼 미래, 지구는 만능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테라사이트' 광물의 무분별한 채굴로 황폐화됐고 인류는 지구를 떠나 궤도 거주구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각 플레이어는 지상에 내려가 테라사이트를 채굴해 와야 하는 '추방자'들 중 하나다.

K-생존게임 도전장 내민 '디스테라'…완성도 확보가 숙제
◇ 생존·건설 요소와 총싸움 흥미롭게 녹여내
권총 한 자루만 들고 지구에 맨몸으로 던져진 플레이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원을 수집하고 자신만의 기지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구에 남겨진 로봇·용병·야생 동물과 싸우는 한편, 마주치는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거나 협력할 수 있다.

게임의 조작법은 1인칭 슈팅(FPS)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생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해 마련된 튜토리얼도 잘 짜여 있다.

특히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기지 건설 시스템은 앞서 나온 1인칭 생존 게임 '러스트',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등을 상당 부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배경이 먼 미래로 설정돼 있어, 광물을 캐거나 구조물을 해체해 자원을 얻을 때 별다른 도구는 필요하지 않으며 '기계팔'에 달린 레이저로 해결이 가능하다.

기존에 나온 생존 게임들이 인벤토리와 퀵슬롯의 상당 부분을 상황에 맞는 도구로 채워야 했던 점과 대비된다.

인벤토리의 일부는 보호 슬롯으로 지정돼 있어 죽더라도 흘리지 않도록 되어 있어 값어치 있는 무기나 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게임의 맵은 중심부로 갈수록 강한 적과 고급 자원이 나오는 구조로, 일정 수준에 다다른 유저들 간 교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베타테스트인 만큼 유저 수가 서버당 정원 100명에 50명 남짓에 불과해, 생각했던 것보다 적을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K-생존게임 도전장 내민 '디스테라'…완성도 확보가 숙제
서버는 현실 시간으로 7일 남짓한 수명이 설정돼 있다.

정해진 수명이 지나면 불안정한 지구의 지각 속에서 '테라파이어'가 폭발해 모든 것이 '리셋'된다.

기지와 장비를 완벽히 갖춰두더라도 언젠가는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개발진은 리셋 때마다 플레이어 랭킹별로 일정한 보상을 주고, 실력에 기반한 래더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플레이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리얼 엔진 4로 구현된 황량하면서도 신비로운 자연환경, 미래적인 총기의 디테일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그만큼 최소사양과 권장사양 모두 높은 축에 든다.

◇ 적 인공지능·서버 안정성 부족해…연내 '앞서 해보기' 출시
그러나 베타테스트 단계인 만큼 완성도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들도 명백했다.

우선 NPC 적들의 인공지능 수준과 반응 속도가 낮았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들은 위협적이지만, 근접 공격을 하는 적들은 초반에 쉽게 만들 수 있는 돌격소총 정도의 무장만 갖춰지면 너무 쉽게 이길 수 있었다.

대규모의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서버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상대 플레이어가 눈앞에서 '순간이동'을 하거나, NPC가 '문워크'를 하듯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캐릭터의 위치가 몇 초 전으로 되돌아가는 현상도 종종 일어났다.

실시간으로 전투와 탐험이 이뤄지고 죽으면 아이템 대부분을 잃도록 되어 있으므로, 서버 문제는 게임플레이에 치명적이다.

디스테라의 스팀 토론장에도 '게임이 예기치않게 꺼진다'는 해외 게이머들의 피드백이 올라왔다.

K-생존게임 도전장 내민 '디스테라'…완성도 확보가 숙제
주기적으로 초기화되는 게임 속 세계에 이용자들을 어떻게 오랫동안 잡아둘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싱글플레이 세션을 만들어 혼자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다른 유저들과 '부대끼는' 콘텐츠가 주가 되는 게임 시스템상 접속자 수가 적으면 게임 콘텐츠 상당수가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디스테라를 연내 스팀에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정식 출시 전 판매)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던 게임들이 이후 콘텐츠 추가가 지지부진해 정식 발매까지 이어지지 못하거나 미완성 상태로 출시되는 사례를 게이머들은 오래전부터 봐왔다.

디스테라가 글로벌 시장에 이미 출시돼 있는 쟁쟁한 기존 생존 게임들과 경쟁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으려면, 높아진 게이머들의 기대치에 걸맞는 완성도와 다양한 콘텐츠를 앞으로 선보여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