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비랜드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오병훈 레보이스트 대표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레보이스트 제공.
짐 로저스 비랜드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오병훈 레보이스트 대표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레보이스트 제공.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K팝 스타트업에 전격 투자했다. 원자재와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에 주력해 온 과거와는 다른 행보다. K팝 콘텐츠의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K팝 플랫폼 ‘위엑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레보이스트는 짐 로저스가 이끄는 비랜드엔터프라이즈로부터 시드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금액은 비공개다.

짐 로저스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린다. 미국 증시 S&P500 지수가 47% 상승률을 기록하던 1970년대, 소로스와 4200% 수익을 내며 명성을 얻었다. “상승장에선 아무나 돈을 번다, 착각하지 마라” “해외 투자는 필수다” 등 다수의 투자 격언을 남기기도 했다. 주로 전통 자산에 투자해왔던 그는 최근 들어 K팝 콘텐츠를 눈여겨봤다. 레보이스트 측은 “짐 로저스의 딸이 걸그룹 ‘블랙핑크’의 팬이라 K팝 콘텐츠에 이미 관심이 있던 상태였다”며 “예정된 미팅 시간의 2배를 넘길 만큼 질문이 쏟아졌다”고 귀띔했다.

레보이스트가 운영 중인 위엑스는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하다. 팬이나 개인투자자는 위엑스로 ‘저작인접권(음반 제작자에게 주어지는 유사 저작권)’을 구매해 가수의 신규 음원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음원에서 발생하는 저작인접권 중 레보이스트가 보유한 권리를 사용자들에게 분할 판매하고, 이에 따라 음원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50여개국 2000명 이상의 팬과 투자자가 위엑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가수 효린,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작곡한 멜라니 조이 폰타나 등도 함께했다.

레보이스트는 2019년 설립됐다. 안진회계법인 출신 오병훈 회계사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현대가(家) 3세’ 정대선 HN 사장이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 벤처캐피털(VC) 티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다.

오 대표는 “이번 투자유치는 K팝 문화 콘텐츠의 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2분기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 등 위엑스 플랫폼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