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이저(engager)'가 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 개발에서 부각되고 있다. 인게이저를 통해 NK세포 치료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돼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어피메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NK세포와 인게이저 병용 투여 임상 1·2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림프종 표적 인게이저인 ‘AFM13’와 제대혈 유래 NK세포 병용 투여에 대한 것이다.

인게이저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에서 각각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는 물질이다. AFM13은 림프종에 발현되는 'CD30', NK세포의 'CD16a'과 동시에 결합한다. NK세포와 암세포를 연결,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NK세포에 암세포와 특이적 결합이 가능한 키메릭항원수용체(CAR)를 발현시키는 'CAR-NK' 치료제와 유사한 전략이다.

어피메드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4명의 환자에 대한 임상 1상 초기 결과 공개 이후, 후속으로 이뤄졌다. 작년 AACR에서 어피메드는 2상 권장 용량을 확인하기 위해 처음 등록한 용량확장(dose expansion) 환자군 4명에서 100%의 객관적반응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완전관해(CR) 2명, 부분관해(PR) 2명이었다.

이들에게는 먼저 AFM13과 NK세포를 병용 투여한 후, 1주 2주 3주째에 200mg의 AFM13을 추가 투여받는 것을 1주기(사이클)로 하는 병용요법이 이뤄졌다. 체중 1kg당 100만개의 NK세포를 투여한 3명은 2주기 치료를 통해 2명은 부분관해를, 1명은 완전관해를 기록했다. 1000만개를 투여한 1주기 치료 환자는 완전관해를 보였다.

올해는 NK세포와 AFM13을 2상 권장용량(체중 1kg당 NK세포 1억개)으로 13명의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100%의 객관적반응률이 나왔다. CR은 치료 1주기 후 5명(38%)에서 2주기 후 8명(62%)으로 늘었다. 사이토카인폭풍 이식편대숙주질환 신경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추적 관찰 결과도 공개했다. 결과 집계일 기준으로 13명 환자에 대한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산출할 수 없었다. 이들에서 병용요법의 효과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총 7명의 환자가 6.5개월 시점에서 CR 상태를 유지했다. 2명의 환자는 10개월 동안, 다른 2명의 환자는 줄기세포 이식을 받고 6.5개월동안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완전관해 환자 중 1명은 7.9개월 후에 질병 진행을 경험했다.

어피메드의 임상은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에서 CD30 양성 재발성 또는 불응성 호지킨 및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엔케이맥스·지씨셀도 어피메드와 협력

국내 기업인 엔케이맥스와 지씨셀도 어피메드와 인연을 맺었다.

엔케이맥스는 미국 법인을 통해 어피메드와 인게이저 병용 요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어피메드의 인게이저 ‘AFM24’를 엔케이맥스의 NK세포 ‘SNK01’과 병용투여하는 미국 임상 1·2a상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엔케이맥스에 따르면 AFM24는 단일 투여에서 별다른 유효성을 관찰하지 못했다. 암 환자의 경우 이미 NK세포가 약해져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인게이저 개발을 위해 NK세포 병용투여가 중요하며, 엔케이맥스와 병용 임상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엔케이맥스는 향후 인게이저 투여가 CAR-NK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씨셀과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는 인게이저 병용 투여를 NK세포의 효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씨셀은 어피메드의 인게이저를 NK세포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티바도 NK세포와 인게이저 병용투여를 위한 협력을 미국 머크(MSD)와 시작했다.

아티바는 지난 11일(현지시간) MSD와 NK세포 개발 협력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MSD는 아티바가 생산한 NK세포와 삼중특이적 NK세포 인게이저를 병용 투여하는 조합을 평가할 계획이다. MSD와 아티바는 CAR-NK 3종에 대한 개발도 함께 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NK세포 치료제 기술을 이전받은 인게니움 테라퓨틱스도 NK세포의 효력을 높일 여러 방법의 일환으로 자체 개발 인게이저 및 CAR-NK의 초기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최고연구책임자로 합류한 최인표 전 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단장이 주도 중이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