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지온이 선천성 심장 기형 수술(폰탄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한 신약 ‘유데나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올인’하다시피 한 핵심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허가 좌절 소식이 나온 21일 메지온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업계에서는 유데나필의 치료 효과는 둘째로 하더라도, 임상 설계와 허가 전략의 총체적 실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지온은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임상에 나서 사태를 수습할 방침이지만 임상 설계부터 환자 모집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메지온, 美 신약허가 좌초…"임상 재도전 검토"

美 FDA “별도 임상 진행하라”

메지온이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유데나필 품목 허가를 신청한 건 작년 3월이다. 2020년 6월 처음 신청했지만 자료 보완에만 9개월여가 걸렸다. 유데나필은 정맥혈과 동맥혈이 섞이는 선천성 심장 기형인 단심실증 환자가 받는 폰탄수술의 부작용을 줄이는 치료제다. 폰탄수술을 받은 환자의 혈관을 확장해 호흡과 운동 능력을 개선하는 원리다. 그런데 지난 18일 FDA는 메지온과의 온라인 미팅에서 “임상 3상에서 나타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이 낮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1차 평가지표는 신약 후보물질이 보여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치료 효과를 뜻한다. 임상 설계 때 회사가 직접 정한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을 복용하면 최대 운동 상태에서 폰탄수술 환자의 산소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치료 효과(1차 지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신 메지온은 2차 지표(유산소 운동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에서의 산소 소비정도)가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며 FDA 품목 허가를 강행했다. 한 임상 전문가는 “1차 지표 입증에 실패해 놓고 2차 지표를 내세워 품목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성공 확률도 매우 낮다”고 했다.

메지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상 3상 결과를 추가 분석했다며 통계적 유의성이 낮았던 원인으로 ‘슈퍼 폰탄 환자’를 지목했다. 슈퍼 폰탄 환자는 운동 능력이 일반인과 비슷해 유데나필을 복용해도 효과가 크지 않은데, 이들이 임상 3상에 대거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메지온은 뒤늦게 이들을 제외해 분석한 임상 3상 결과를 FDA 측에 제출했지만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FDA는 되레 “슈퍼 폰탄 환자를 제외한 임상시험을 별도로 하라”는 의견을 메지온에 전달했다.

“총체적 임상 전략 실패”

업계는 메지온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지적한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설계의 기본인 1·2차 평가지표 설정 자체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콧물 멈추는 데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해놓고 임상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그 대신 기침에는 효과가 있으니 허가를 해달라는 격”이라고 했다.

임상 대상자 모집 전략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임상 대상자는 원하는 약효가 가장 잘 나올 수 있는 환자로 정한다. 메지온은 결과적으로 슈퍼 폰탄 환자를 임상 대상자에 포함시켜 통계적 유의성 확보 실패를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임상 전문가는 “FDA는 후행적으로 진행한 분석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지온은 FDA가 요구한 추가 임상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는 “추가 임상을 한다면 슈퍼 폰탄 환자를 제외하겠다”며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지표도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추가 임상에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메지온이 임상 3상을 시작한 게 2016년 10월로, 2020년 6월 최초로 허가 신청을 하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