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hSTC810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이전을 성사시켜 흑자전환을 달성하겠습니다. 규모는 유동적일 수 있지만 연내 기술이전 계약을 꼭 체결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정현진 에스티큐브 대표는 “임상 개시 후 수개월 내에 유효성을 유추할 수 있는 임상 설계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hSTC810은 에스티큐브가 발견한 신규 면역관문인 ‘BTN1A1’에 결합하는 항체신약 후보물질이다. BTN1A1은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면역관문이다. BTN1A1은 면역세포에 발현된 리간드와 특이적으로 결합해 'CD8+T세포’의 활성화를 막는다. 결과적으로 면역세포에 의한 암세포 사멸을 방해한다.

hSTC810은 BTN1A1과 결합해 면역관문의 형성을 억제한다. 이는 PD-1 및 PD-L1의 결합을 막는 ‘키트루다’ 등의 면역항암제와 유사한 기전이다.

에스티큐브는 PD-L1이 발현되지 않는 여러 암종에서 BTN1A1이 높게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PD-1 및 PD-L1 억제제가 듣지 않는 암종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티큐브는 지난해 BTN1A1 및 hSTC810을 처음 공개한 이후 다양한 전임상 시험을 추가로 실시했다. 정 대표는 약 1년간의 추가 연구를 통해 표적 및 물질에 대한 확신이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hSTC810의 발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진단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개발해 암 조직에서의 발현 양상도 확인했다.

정 대표는 “PD-L1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 다수의 암조직에서 BTN1A1이 50% 이상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PD-1 및 PD-L1 치료 불응성 환자에서 hSTC810의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에스티큐브는 최근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hSTC810을 단독 투여하는 다국가 임상 1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승인받았다.

임상 2상 권장용량·예비 유효성 동시에 확인하는 임상 설계

hSTC810의 임상 1상은 미국과 한국에서 다국가 임상으로 진행된다. 최대 총 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임상 1상은 약물의 안전성 및 임상 2상의 권장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용량증량 시험이다. 에스티큐브는 안전성 추가 확인 및 유효성 예측을 위한 보충(backfill) 환자군(코호트)을 설정했다. 환자군별 4주간 경과를 관찰한다.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 신약인 만큼 환자 한 명에게 먼저 투약한다. 용량은 체중 1kg당 0.3mg이다. 사람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후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각각 3명의 환자에게 체중 1kg당 1mg, 3mg, 6mg, 10mg, 15mg으로 투여량을 순차적으로 늘린다. 각각의 용량에서 안전성이 확인되면 6명의 환자를 추가한다. 가령, 3mg 환자군 3명에서 이상이 없다면 6mg 환자군 3명에 대한 투여와 함께 새로운 3mg 환자군 6명에 대한 투여도 동시에 시작된다.

hSTC810의 임상 1상 대상 환자군은 모두 진행성 고형암 환자다. 에스티큐브는 폐암 두경부암 방광암 대장암 췌장 난소암을 예상 적응증으로 보고 있다. 에스티큐브는 임상 총괄책임자(PI)를 해당 암종을 주로 진료하는 전문가로 구성했다. 임상 1상 과정에서 예상한 적응증에 대한 효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445억원 유상증자 결정…자본잠식 우려 해소

에스티큐브는 최근 4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본격적인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 대표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임상 1상 종료 예상 시점인 2023년 이후까지도 여유 있는 규모”라며 “hSTC810의 기술이전을 연내 성사시켜 추가 자금조달 없이 향후 연구개발 비용을 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바이오메디칼홀딩스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전체 배정 물량의 20%에 대해 참여할 계획이다. 바이오메디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정 대표다. 그는 바이오메디칼홀딩스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바이오메디칼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의 에스티큐브 지분율은 5.59%다.

유상증자 이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4.41%까지 내려가게 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우호 지분이 많은 만큼 경영권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최대주주 지분은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정 대표는 “배정물량 20% 참여는 현재 보유한 현금을 기준으로 기재한 것이며 참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며 “유상증자 이후에도 최대주주 지분을 안정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자본잠식은 회사의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에스티큐브의 작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본금은 159억5064만원이다. 자본총계는 161억6443만원이다. 상장사는 적자폭이 커져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서 유상증자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기술이전을 통한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다고 했다. 현재 비밀유지계약(CDA)을 맺고 다수의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에 개최되는 바이오USA를 통해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기업과도 1대1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10여 곳의 기업이 회의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임상 진입을 앞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상 1상 중간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개최되는 유럽종양학회(ESMO) 혹은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