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동물 '사일러신'…유전자 가위로 되살린다
호주엔 한때 ‘사일러신(Thylacine·사진)’이란 동물이 있었다. 몸에 호랑이처럼 무늬가 있고 얼굴은 늑대를 닮아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등으로도 불렸다. 캥거루만큼 호주에서 흔했지만 지금은 멸종했다.

11일 미국 라이스대, 베일러 의대 공동 연구팀 ‘에이든 랩’에 따르면 사일러신을 되살리기 위한 중요한 합성생물학 단서가 최근 발견됐다. 사일러신과 가장 가까운 친척 관계인 주머니개미핥기(numbat)를 연구하다 나온 성과다. 사일러신과 주머니개미핥기는 3500만~4100만 년 전 조상이 같다. 서로의 DNA 유사도는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 일부 수정(유전공학)을 넘어, 유전자를 직접 자유롭게 편집하는 첨단 기술이다.

사일러신 게놈(genome·유전체)은 2018년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이 게놈엔 중요한 염기서열 등 몇 가지 정보가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 공백을 주머니개미핥기의 DNA 정보로 메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개념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6600만여 년 전 멸종한 공룡을 되살리기 위해 유전공학을 적용하는 다음 장면이 유명하다. ① 공룡 피를 빨다 화석으로 박제된 모기에서 공룡 DNA를 추출한다. ② 주요 염기 서열이 소실돼 있는 불완전한 DNA였지만, 이를 양서류 DNA와 혼합해 보완한다. ③ 이 DNA를 토대로 체세포를 배양해 핵이 제거된 대리모 난자에 넣어 공룡을 탄생시킨다. 멸종한 매머드를 코끼리를 활용해 이런 식으로 되살리겠다는 연구도 일각에서 진행 중이다.

에이든 랩 관계자는 “공상과학 등에서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상상력을 현실로 실현하는 데 가장 근접한 기술이 바로 크리스퍼(CRISPR) 편집 기술”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편집 기술은 질병을 유발하는 DNA 특정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말한다. 현재 대표적 유전자 가위는 ‘크리스퍼-카스(CAS)9’이다.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9’에 자를 부위를 안내하는 ‘가이드 RNA(리보핵산)’를 붙인 것이다. 크리스퍼는 인체에 들어왔거나 들어온 적이 있는 바이러스의 DNA가 쌓여 있는 데이터베이스(DB)라고 보면 된다. 크리스퍼-카스9을 처음 개발해 2020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 UC버클리 교수는 크리스퍼를 “세포들의 백신 접종 내역 카드”라고 설명했다.

에이든 랩 관계자는 “크리스퍼를 쓰면 시료에서 DNA를 정확히 선택하고 삽입할 수 있다”며 “게놈의 누락된 부분을 선별적으로 복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주머니개미핥기의 난자 핵을 제거하고, 게놈 공백을 크리스퍼 편집으로 ‘완벽’하게 보완한 DNA를 넣어 사일러신을 되살리겠다는 계산이다.

효과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코로나19 백신 역시 합성생물학의 산물이다.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가 침투하는 것처럼 mRNA를 설계해 인체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mRNA 백신 개발을 주도했던 의과학자 드루 와이즈먼 미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mRNA백신은 기본적으로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 and play)”라고 설명했다. 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는 최근 지카, 에볼라, 말라리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15개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15개 바이러스 백신을 모두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