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시장의 ‘노른자’로 꼽히는 미국 항암제 시장에 국산 신약 진출 가능성이 열렸다.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사에 기술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이 시판 허가를 위한 평가 절차에 들어갔다.

한미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포지오티닙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승인하고 시판 승인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13일 발표했다. FDA는 오는 11월 24일 안에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포지오티닙은 2015년 한미약품이 미국 항암 전문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중국과 한국 시장 판권은 한미약품이, 다른 국가 판권은 스펙트럼이 갖고 있다. 스펙트럼은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FDA에 NDA를 제출했다.

포지오티닙이 허가를 획득하면 국산 신약이 미국 항암제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항암제 시장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연간 2000억달러(약 240조원)로 미국 시장이 그 절반인 1000억달러(약 120조원) 수준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에서 항암제로 허가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저분자화합물 복제약이거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어서 신약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스펙트럼과 지난달 계약 내용을 손질하기도 했다. 지난해 1~3분기 스펙트럼이 지출한 현금은 1억1869만달러(약 1424억원)로 지난해 3분기 이 회사가 보유하던 현금성 자산 1억744만달러(약 1289억원)보다 많았다. 한미약품은 시판 허가 등에 따른 단계별 성과금(마일스톤)을 낮추는 대신 매출에 따른 로열티 비율을 올렸다. 마일스톤 금액만큼 로열티를 받기 전까진 두 자릿수 후반대로 매출 대비 로열티 비율을 높였다가 이후 두 자릿수 중반대로 비율을 낮추기로 했다. 2000만달러(약 240억원) 규모 스펙트럼 지분도 매입하기로 했다.

스펙트럼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8월 미국 FDA에 허가 신청을 냈지만 제조시설 결함으로 서류 보완을 요구받은 바 있다. 롤론티스 생산은 한미약품이 담당한다. 스펙트럼은 올 1분기 중 허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