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상규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굳티셀 대표)
[Cover Story - part 3. ANALYSIS] 조절T세포는 왜 주목받는가

고형암을 비롯해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류머티즘 관절염, 당뇨병, 천식 및 아토피) 같은 난치성 질환들의 근원적 치료법으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면역 치료제가 각광받고 있다.

가령 염증성 자가면역질환들은 과도하게 활성화된 염증성·자가반응성 T세포가 체내의 정상 조직을 파괴 또는 손상시켜 병을 유발하거나 진행시킨다.

예를 들어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반응성 T세포가 관절에 있는 연골조직을 파괴해 일어나며, 당뇨병은 혈액 내의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자가반응성 T세포가 파괴해 생긴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 몸에 암세포가 생겨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 T세포가 자연적으로 생겨나는데, 암세포는 이들 항암 T세포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전략을 가지고 있어, 암세포는 항암면역작용을 회피하게 된다.

이 같은 생체 내 질환 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T세포다. 대부분의 T세포들은 외부병원균에 대해 면역력 증강기능을 한다. 하지만 조절T세포는 면역억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T세포로 생체 내 면역시스템의 균형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자가면역질환의 경우에는, 우리 몸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과활성화된 자가반응성 T세포의 기능을 막아주는 Treg 세포의 숫자가 적거나 기능이 낮아져 있다. 그러나 고형암의 경우에는 암세포가 Treg 세포를 암 조직으로 많이 유도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 T세포의 기능을 막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조절T세포 세포의 중요성
염증반응은 인체 내로 침입한 외부 병원균 또는 생체 내 위험신호(혈액 내 높은 혈당, 콜레스테롤 또는 요산)를 인지해서 나타나는 면역 반응의 초기현상이다. 신체의 국소 부위에서 발생하여 차츰 온몸으로 퍼지는 전신 반응(systemic response)을 동반하기도 한다.

위험신호를 처음으로 인식하는 체내 염증 세포들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원균의 각 종류에 특이적인 염증 환경을 조성한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3x1018개의 기능적 면역전문성이 다른 미접촉T세포(naive T cell) 중에서 생체 내로 들어온 병원균에 높은 면역특이성을 가진 T세포를 골라내 TH1, TH2 혹은 TH17 등의 효과T세포(effector T cell)로 변화(활성화)시킨다. 따라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염증반응은 매우 중요한 초기 면역반응이다.

염증환경과 외부로부터 들어온 병원균에 의하여 활성화된 효과T세포인 T TH1, TH2 혹은 TH17 세포들이 이들 병원균을 제거한 다음에는 면역체계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자연적으로 효과T세포의 세포 숫자와 기능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면역체계에 유전적 또는 기능적 이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병원균이 제거된 후에도 늘어난 효과T세포가 지속적으로 남게 되면 우리 자신의 정상적인 세포 또는 장기를 공격해 파괴하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각 효과T세포의 면역전문성에 의존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면, 기생충 또는 알러지물질 등을 제거하는 TH2 효과T세포가 과활성화되는 경우는 천식 또는 아토피가 유발된다. 어릴 적 천식을 앓은 어린이의 경우 점차 아토피가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효과T세포가 과활성화돼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되는 경우에 대비해 우리 면역체계는 이들 과활성화된 효과T세포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조절T세포를 같이 활성화시킨다. 이들 조절T세포는 기능적으로 효과T세포와는 반대되는 많은 면역억제용 물질을 만들어내거나 과활성화된 효과T세포를 제거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만성 염증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서는 자가반응성 T세포나 염증성 미세환경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는 조절T세포의 기능, 증식 및 분화가 억제돼 있다. 현재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염증을 억제하거나 효과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 조절T세포의 분화유도, 기능증진 및 증식을 유도할 수 있는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class)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Cover Story - part 3. ANALYSIS] 조절T세포는 왜 주목받는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조절T세포의 중요성
암세포들은 조절T세포가 효과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세포라는 기능을 이용하는 아주 똑똑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암 세포가 우리 몸에서 생겨날 경우, 우리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외부병원균과 같은 것으로 인식을 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항암 효과T세포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자기의 주위에 조절T세포를 많이 오게 해 면역억제방어막을 설치한다. 따라서 항암면역 효과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러 오더라도, 조절T세포의 면역억제기능에 의해 효과T세포들이 기능을 잃게 되는 고갈T세포(exhaused T cell)로 변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와는 반대로 조절T세포가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을 도와준다.

다양한 고형암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조절T세포와 항암 효과T세포의 균형이 고형암의 발병 및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형암 환자의 경우 고형암 주위에 존재하는 조절T세포의 숫자 또는 기능을 억제하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암질환 및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Treg 세포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자가면역질환 또는 고형암 환경에서 반대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절T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반응 조절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면역세포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조절T세포의 기능을 특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첫째는 표적세포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과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합성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합성신약은 표적세포 내로 침투가 가능하기 때문에 타깃 단백질에 대한 특이성만 뛰어나다면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합성 신약의 기능적 특이성은 실제로 전임상실험을 하기 전에는 그 신약 독성을 단정하기기 매우 어렵다.

두 번째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표적세포의 특이적인 표면단백질을 찾아내 이에 대한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합성신약과는 다르게 그 타깃세포 표면에 존재한 특이적인 단백질을 발굴해야만 하는 큰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항체신약은 합성신약에 비해 표적단백질에 대한 특이성이 매우 높고, 신약 독성적인 측면에서 좀 더 나은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항체를 이용한 연구들 중 T세포가 활성화되었을 때 발현하는 표면항원인 CTLA-4 또는 PD-1(202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표적의 신호전달을 촉진하고 조절T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항체를 현재 항암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또 GITR, CCR4, TIGIT과 같은 조절T세포 특이적인 표면마커를 발굴했고, 이 마커를 표적할 수 있는 항체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조절T세포에 대한 수많은 뛰어난 연구결과가 있었음에도 아직 조절T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마커는 전사인자 FOXP3를 제외하고는 발굴하지 못했다. 조절T세포에서만 발현되는 마커를 발굴하기 어려운 까닭은 조절T세포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T세포에서도 발현하기 때문이다.

조절T세포만의 새로운 표면단백질들을 찾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된 결과, 지금까지 10개 정도의 표적단백질을 발굴했다. 하지만 면역작용에 있어 조절T세포와 반대 기능을 하는 휴지기(resting) T세포나 미접촉T세포, 효과T세포에서도 같은 표적단백질이 발견되고 있어 조절T세포에 대한 특이성이 부족하다는 한계점이 남아 있다.

조절T세포는 생체 내 다양한 면역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T세포다. 자가면역질환 또는 장기이식거부반응 환자의 경우에는 조절T세포의 기능 또는 숫자를 높이는 신약이 필요하며, 고형암과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조절T세포의 숫자 또는 기능을 낮추는 신약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Cover Story - part 3. ANALYSIS] 조절T세포는 왜 주목받는가

[Cover Story - part 3. ANALYSIS] 조절T세포는 왜 주목받는가

조절T세포 신약 개발업체 굳티셀
필자가 설립한 굳티셀의 핵심 기술은 필자의 연구팀이 2010년 조절T세포 표면에서 발굴한 새 로운 표면 단백질 ‘TregL1’이다. TregL1이 조절T세포의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전 세계 선도그룹이 연구개발하고 있는 표면마커와 비교분석한 결과, 가장 특이적이고 조절T세포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마커임을 증명했다.

굳티셀은 개발된 항체신약 중 조절T세포의 기능을 증가할 수 있는 자극(agonistic) 항체 및 조 절T세포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차단(antagonistic) 항체 모두를 찾아냈다.

현재 차단 항체는 고형암과 치매 동물모델에서 질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자극 항체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모델에서 우수한 치료효과를 확인했으며 추가적으로 장기이식거부반응 동물모델에서도 새로운 신약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들 항체신약은 자가면역질환 및 암질환 치료에 대한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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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미국 미시간대에서 면역학 석사를, 예일대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하버드대 의대에서 면역학 분야 박사후연구원을 마쳤다. 1995년부터 연세대 생명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6년 조절T세포 기반 치료제를 연구개발(R&D)하는 신약 벤처기업 굳티셀을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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