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수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영상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4D리플레이 제공
정홍수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영상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4D리플레이 제공
“축구 경기 90분 동안 카메라가 손흥민만 따라다니면 좋겠다.” “고진영의 13번 홀 스윙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없을까.”

스포츠 팬들이 경기 중계 영상을 보면서 한 번쯤 하는 생각이다. 스타트업 4D리플레이는 이를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기술로 현실화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미국종합격투기(UFC) 등 각각 조 단위 규모인 스포츠리그들이 앞다퉈 이 솔루션을 도입했다. 정홍수 4D리플레이 대표는 “시청자가 단순히 송출 영상을 수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원하는 것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다각도 실시간 중계로 몰입감↑

4D리플레이의 대표 기술은 다(多)시점 실감 미디어 기술 ‘4D라이브’다. 스포츠 등 콘텐츠를 시청할 때 시청자가 원하는 카메라 앵글을 선택하게 하는 솔루션이다. 사용자가 화면을 실시간으로 최대 360도까지 돌려 볼 수 있고, 피사체와의 초점 거리를 조절해 특정 부분을 확대해 볼 수도 있다. 시간을 멈춘 채 여러 각도에서 한 장면을 자세히 뜯어볼 수도 있다. 3차원(3D) 영상에 시간적 개념을 더해 되풀이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인 기업명 ‘4D리플레이’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해 지었다.

다시점 기술을 스포츠 생중계에 적용하려면 영상 처리 속도가 매우 빨라야 한다. 시청자가 집중해 보고 싶어할 만한 지점이 무엇일지 곧바로 파악해 다각도 영상을 마련해야 해서다. 이를 위해 AI를 쓰고 있다. AI가 스포츠마다 주요 동작 분석을 달리 하는 식이다. 정 대표는 “태권도를 비롯한 1 대 1 대결 구도 스포츠는 인칭 시점에 따라 시청자가 체험하는 경기 내용이 달라진다”며 “이 같은 스포츠는 두 선수 각각의 시점으로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것을 초점에 둔다”고 했다. 그는 “이에 비해 농구, 축구, 풋볼 등은 전체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술 구조에 더 집중한다”며 “골프는 선수마다 홀별로 동작을 분석해 다각도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메타버스 등 신사업 키워

4D리플레이는 원천기술을 내세워 새 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자사 기술을 적용한 추리 드라마 ‘미스터LEE’를 공개했다.드라마와 함께 출시한 앱에서 시청자들이 사건 현장을 360도 돌려 보면서 추리 단서를 알아보게 해 몰입도를 높였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더해 메타버스 사업도 키울 계획이다. 정 대표는 “4D리플레이의 기술은 시청자와 콘텐츠 간 ‘상호작용’이 키워드”라며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교습 프로그램도 제작한다. 골프 선수 움직임을 담은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골프 교습을 운영하는 식이다. 정 대표는 “선수의 키나 팔 길이 등에 따라 주로 쓰는 무게중심, 나오는 임팩트 포인트 등이 모두 다르다”며 “AI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체격을 분석해 가장 비슷한 선수를 찾아주고, 연습 자세를 제안·교정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