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사진=한경DB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사진=한경DB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구독 요금을 전격 인상했다. 넷플릭스 측은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망사용료 미지급 논란으로 부사장이 방한한지 2주만에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올렸다. 4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12.5%, 17.2% 인상했다.

넷플릭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더 많은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꾸준히 추가하고 새로운 제품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넷플릭스 요금이 변경될 수 있다"며 "현지 세금 변경, 인플레이션 등 현지 시장 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요금 변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예견됐던 구독료 인상…디즈니와 경쟁하려면 어쩔수 없다?

넷플릭스의 구독료 인상은 일부 예견됐던 바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5일 한국에 방문해 "(한국은) 한 번도 구독료를 올리지 않은 상태라 요금 인상에 대한 검토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인상폭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비슷하거나 큰 편인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요금제를 각각 7.7%, 12.5% 인상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베이직과 스탠다드 요금제를 각각 12.5%, 12.9% 올렸다. 국내 인상률이 각각 12.5%, 17.2%인 것과 비교하면 인상폭은 두 국가 보다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구독료 인상 배경으로 콘텐츠 투자를 이유로 들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진출하는 등 국내 OTT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주장은 일본의 사례가 근거로 제시되면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일본 진출과 함께 자사 구독료를 올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론칭한지 일주일 된 시점에서의 넷플릭스 구독료 인상은 이미 예견된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오랜 시간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했던 디즈니와는 달리, 비디오 대여 사업을 하며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사업 기반을 다졌다. 상대적으로 OTT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즈니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국에는 구독료 인상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단순히 디즈니 탓이라고 하기엔…'망사용료' 문제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디즈니플러스와의 경쟁 때문이라고 하기엔 타 국가에 비해 인상폭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망사용료를 낼 때를 대비해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가필드 부사장은 지난 5일 한국에 방한해 망사용료 문제에 대해 넷플릭스의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돌아갔다. 망사용료 미지급 논란에 대한 넷플릭스의 문제는,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기술로 인터넷망사업자(ISP)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ISP 사업자는 SK브로드밴드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올해 6월 SK브로드밴드와의 1심 소송에서 '망사용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여전히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망사용료를 부담하는 데, 넷플릭스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글로벌 플랫폼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에 돈을 지불하고, CDN 사업자는 통신사에 돈을 내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납부 방법을 택하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는 망사용료 문제와 이용 요금의 인상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작품 카탈로그의 양적·질적 수준을 올리고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도록 2016년 한국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플랜의 구독료를 인상했다"고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