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30년 공들인 망원경…외계 생명 찾으러 우주 간다
크든 작든 열을 내는 물체에선 모두 적외선이 나온다. 야간 투시경은 사람이 방출하는 적외선을 감지해 깜깜한 곳에서도 사람을 식별한다. 항성·행성 등 천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파와 적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 자외선, X선 등을 다양하게 발산한다.

태양은 0.5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가시광선 영역에서 가장 많은 빛을 내기 때문에 한낮에 노란색으로 보인다. 반면 일출·일몰 땐 파장대가 달라져 붉은색을 띤다. 멀리 떨어진 천체나 은하는 가시광선으론 볼 수 없고, 적외선 또는 전파 영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전파와 적외선은 파장이 길어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전자기파다. 거대 전파망원경을 지구에 설치하거나 적외선 망원경을 우주에 띄우는 이유는 어디선가 존재하는, 또는 존재했던 천체가 멀리서 보내온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인류가 개발한 역대 최고 성능의 적외선 탐지 거대 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사진)이 다음달 18일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약 30년에 걸쳐 100억달러를 들여 개발했다. ESA의 아리안 발사체에 실려 지구로부터 무려 150만㎞ 떨어진 곳으로 떠난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보다 네 배 먼 곳이다. 여기서 지구와 마찬가지로 태양을 공전하며 우주를 관찰한다.

이렇게까지 먼 곳으로 가는 이유는 적외선 망원경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지구 상공 150만㎞ 지점은 태양과 지구 간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포인트’ 다섯 곳 가운데 하나다. 중력 영향에서 자유로워 우주 망원경 임무 수행에 최적화된 곳이다.

JWST의 주경(主鏡) 지름은 6.5m에 달한다. 현재 인류 대표 우주 망원경인 허블 망원경(2.4m)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총 18개 육각형 모양 노란색 거울로 이뤄져 있다. 이들 거울은 영하 수백도에서도 표면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베릴륨으로 만들었고, 적외선을 최대한 손실 없이 모을 수 있게 금으로 코팅됐다.

주경엔 펼치면 가로 21m, 세로 14m 크기의 ‘거대 양산’이 달려 있다. 태양 빛과 열로부터 주경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패막이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적외선을 감지하는 데 방해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 거대 양산은 폴리이미드 합성 특수 필름인 캡톤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큰 주경과 양산을 발사체에 넣기 위해 접었다가, 비행 과정에서 일일이 펼치는 과정이 180회를 넘고 약 한 달 걸린다. 이 과정에서 단 한 번이라도 오작동이 일어나면 ‘100억달러 우주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험난한 도전이다.

JWST의 주 임무는 빅뱅 직후 초기 은하와 별을 관찰하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지구형 행성’을 찾는 것이다. JWST는 허블 망원경이나 지난해 16년간 임무를 마치고 퇴역한 스피처 망원경보다 최대 100배 더 어두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지구 상공 560㎞ 궤도를 도는 허블 망원경은 근적외선 망원경이다. 근적외선은 적외선 중 파장이 짧아 가시광선에 가까운 0.8~2.5㎛ 대역을 말한다. JWST는 근적외선뿐 아니라 중적외선(2.5~25㎛) 대역까지 볼 수 있다. 양유진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은하진화그룹장은 “인류의 관심이 점차 심우주로 향하면서 적외선 관측이 중요해졌다”며 “JWST를 통해 처음으로 외계 생명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