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품 떠난 아너…중저가폰 시장 휘젓나
중국 제조사 아너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퀄컴 프로세서가 적용된 스마트폰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아너는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로 스마트폰사업에서 큰 차질을 겪은 화웨이가 매각한 업체다.

2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너는 최근 중저가 5G 스마트폰 아너50(사진)와 아너50라이트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에 공개했다. 아너는 다음달부터 세계 40여 개국에 아너50 시리즈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가격은 각각 71만8000원(약 529유로)부터 40만6000원(약 299유로)까지다.

아너50 시리즈는 아너가 지난해 11월 분사 후 중국 외 국가에 내놓은 첫 스마트폰이자 안드로이드 OS와 유튜브, 지메일 등 구글모바일서비스(GMS)를 처음으로 적용한 제품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는 화웨이 산하 칩 설계 회사인 하이실리콘 제품이 아니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778G가 장착됐다. 스펙만 보면 안드로이드 OS를 지원하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스마트폰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너는 본래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였다. 화웨이 스마트폰사업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미국이 지난해 9월부터 화웨이를 수출금지 대상 업체로 지정하면서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 길을 원천 차단하자 화웨이는 아너를 중국 선전시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즈신신정보기술에 매각했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거래금지 명단(블랙리스트)에 포함되면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쓰지 못하게 되자 아너만이라도 브랜드 존립을 위해 독립시킨 것이다.

아너50 시리즈는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및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품들과 경쟁하게 된다. 미 CNBC 등 외신은 아너가 아너50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너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대로 미미하다. 그러나 한때 분기 기준 세계 출하량 1위를 차지하기도 한 화웨이의 주력 브랜드였던 만큼 기술 수준이 뛰어나고, 매각된 이후엔 해외 부품업체들과의 관계도 빠르게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아너는 중국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기존 고객을 흡수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너는 지난 8월 샤오미를 제치고 중국 세 번째 스마트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아너는 중국에서 전월 대비 18% 증가한 출하량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렸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