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영 SK텔레콤 ESG혁신그룹 오픈콜라보 담당 인터뷰
청각장애 기사 택시 '고요한M'
SK텔레콤이 3년간 지원하며 '동행'
"ESG 스타트업 지원 늘릴 것"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고요한M 차량 앞에서 '자립'이라는 의미의 수어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고요한M 차량 앞에서 '자립'이라는 의미의 수어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의도가 좋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게 아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서비스 얘기다. 언뜻 봐서는 쉬운 사업 모델 같아도 실제 운영을 하고 서비스 자생력을 갖추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 서비스 스타트업 코액터스는 SK텔레콤과의 장기 협업을 통해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했다. 청각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코액터스의 아이디어에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인프라를 더해 성장을 이뤘다.

SK텔레콤과 코액터스의 협업은 다음달 3주년을 맞는다. SK텔레콤에서 협력을 주도한 여지영 ESG혁신그룹 오픈콜라보 담당(부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CT ‘맏형’인 SK텔레콤이 스타트업의 길을 터주기 위해 단발성 지원 대신 꾸준한 협업을 택했다”며 “덕분에 장애인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사 1명' 모빌리티 스타트업 발굴해 지원
코액터스는 모빌리티 서비스 ‘고요한 M’을 운영한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 택시를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반 기업엔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청각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 서비스는 택시기사들이 통상 월마다 택시 법인에 지불하는 사납금이 따로 없는 게 특징이다. 코액터스가 기사를 직접 고용해 월급제로 운영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도 준다. 차량 관리는 코액터스가 한다.

SK텔레콤과 코액터스의 협업은 2018년 11월 시작됐다. SK텔레콤은 당시 자사 택시호출 서비스 ‘TMAP 택시(현 UT)’를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착한 기술, 착한 이동’을 표방하던 차에 코액터스를 발굴했다.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담당 부사장이 코액터스와의 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담당 부사장이 코액터스와의 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당시 코액터스는 대학생 3학년 학생들이 갓 만든 스타트업이었다. 소속된 청각장애인 기사는 한 명 뿐이었다. 언뜻 보면 성장이 불확실한 조합이다. 여 담당은 “학생들의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져 사업을 키우도록 길을 터주고 싶었다”며 “청각장애인의 사회 진출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고, 젊은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두 가지 가치가 겹친다는 점에서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성이 불분명한 소규모 ESG 스타트업에 지원을 벌이는 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사내에서 자원 투입을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 담당은 “고요한M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술 개발에 들인 기간보다 지원 자체를 설득하기까지 기간이 더 걸렸다”며 “사내 컨센서스를 얻기 위해 이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그만큼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장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기업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SK그룹의 ‘더블 바텀라인’ 기조도 도움이 됐다. 이같은 분위기 덕분에 좋은 취지에 동감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면서 ‘내가 지원 업무를 맡겠다’며 자원을 하고 나선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연이어 나왔다는 여 담당의 설명이다.
SKT ICT 기술 전방위 접목…안정성·신뢰도 높여
협업이 결정되자 SK텔레콤은 코액터스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집중 논의에 돌입했다. 여 담당은 “당시 티맵택시 팀이 웬만한 사내 타 부서보다 코액터스와 더 자주 소통했다”고 했다.

양사가 가장 먼저 개선에 나선 것은 택시기사와 승객 간 소통 문제다. 당시 고요한M은 자체 솔루션을 기반으로 택시 안에 태블릿을 설치해 기사와 승객이 서로 목적지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게 했다.

남은 관건은 승객이 택시를 타기 전·후였다. 택시기사가 전화벨 소리를 듣기 힘들다보니 탑승 위치 변경 등 승객의 요청사항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때문에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받은 기사가 ‘불량 서비스’ 신고를 받기도 일쑤였다.

SK텔레콤은 코액터스와 5개월간 논의 후 티맵택시에 청각장애인 기사를 위한 시각 정보 기반 호출 기능을 탑재했다. 콜(호출)이 들어오면 스마트폰 화면 전체가 깜빡거리게 해 기사가 쉽게 호출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티맵택시 앱에 메시지 기능을 더하고, 전용 호출 수신 버튼을 개발해 적용하기도 했다. ‘고요한 택시’가 배차됐을 때 승객에게 청각장애인 기사가 배치됐다는 사실을 팝업 메시지로 미리 안내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청각장애인 기사들의 안전 운전을 돕고, 승객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SK텔레콤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기술도 활용했다.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와 추돌 위험이 있는 경우, 진로 변경 의도가 없는 와중에 차선을 이탈한 경우 등에 기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다.

모바일 손목시계인 ‘T케어 스마트워치’를 통해 기사가 진동으로 알림을 받게 했다. 위급 상황시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러 경찰이나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위치를 전송할 수 있는 긴급 SOS 기능도 넣었다.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담당 부사장이 코액터스와의 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담당 부사장이 코액터스와의 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이들 기능은 모두 기사들의 세세한 불편점을 해결했다며 호평받았다. 여 담당을 비롯해 팀원 여럿이 택시 운전기사 자격을 따 직접 택시를 운전해본 경험이 도움이 됐다. 여 담당은 “모빌리티업에서 상생의 기본 주체 중 하나가 택시기사”이라며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직접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알림 발생시 앱 화면 전체를 쓰도록 시각 효과를 강화한 것도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택시를 운전하다보니 전방과 양 옆, 계기판을 비롯해 길목에 서있는 승객 여부까지 보고 확인할 사항이 매우 많았다”며 “소리 알람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 기사에겐 주요 알림을 또렷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화웨이 제치고 '선한 기술상' 받기도
이같은 지원을 타고 코액터스는 쑥쑥 컸다. 2018년 총 13명에 불과했던 기사 수는 지난 7월 기준 87명으로 늘었다. 누적 운행 횟수는 3만2800건을 넘겼다. 소속 청각장애인 기사들은 월평균 255만원을 번다. 국내 청각장애인 10명 중 7명의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직장인 셈이다.
누적 운행 3만건…SKT '착한 이동' 지원 빛봤다

승객들도 호응했다. 여 담당은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 본 뒤 장애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는 승객들의 반응이 종종 나온다”며 “청각장애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불안감이나 불편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요한M은 이같은 점을 인정받아 작년 세계 3대 ICT 전시회 중 하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테크 포 굿’ 부문 상을 받았다. 모바일 기술로 취약계층의 접근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인 서비스에 주는 상이다. 지난 6월엔 여 담당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고요한M을 통해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고 디지털 포용사회 구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에서다.
"ESG 스타트업 지원 늘린다"
SK텔레콤은 코액터스를 비롯해 여러 ESG 스타트업을 장기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임팩트업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이 깊은 스타트업을 선정해 ICT 기술과 비즈니스 조언 등을 지원한다.

사업 기회를 직접 제공해 스타트업에게 사업 사례를 쌓게 도와주기도 한다. 미세먼지 저감필터 개발 기업 칸필터가 SK텔레콤 본사 건물에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과 밀접한 SK그룹 관계사도 이어준다. 임팩트업스에 참여한 21개 스타트업 중 다섯 곳이 SK그룹의 투자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엔 ‘ESG 코리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스타트업들의 ESG 목표 설정부터 서비스 개발, 시장 진입, 사업 확장까지 전방위 지원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집단과 투자회사, ESG 성과 측정 기관 등의 협력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는다.

카카오와 함께 공동 ESG 펀드도 조성했다. 국내 ICT 대기업이 함께 ESG 투자 펀드를 조성한 첫 사례다. 양사가 펀드에 100억원씩 출자했다. 펀드 운용은 ESG 분야 전문투자 경험을 보유한 유티씨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여 담당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할 것”이라며 “제2, 제3의 코액터스를 발굴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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