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만이네요. 그죠? 이렇게라도 여러분을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저는 뮤지션 신해철입니다. 음악하는 제 동료, 후배들 얘기를 좀 해볼까 해요. 코로나 얘기도 함께요.”

묘한 일이다. 2014년 세상을 뜬 라디오 DJ의 목소리로 코로나19 얘기가 나온다. 가수 겸 라디오 DJ였던 고(故) 신해철 씨의 음성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신씨의 음성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문장으로 재합성했다. 국내에서 고인이 이야기하는 듯한 AI 라디오 콘텐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가 12일 공개한 음성 콘텐츠 ‘AI DJ, 신해철과의 만남’은 KT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개인화 음성합성기술(TTS)을 썼다. 라디오 방송 형식으로 총 22분 분량 세 편으로 구성했다. 신씨가 2001년부터 11년간 진행한 라디오 방송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형식을 차용했다.

AI가 되살려낸 목소리가 100% 자연스럽지는 않다. 간혹 음성 합성의 영향으로 소리 잔향이 남거나 말 빠르기가 조금 어색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안내용 AI와 달리 감정 없는 목소리가 평이하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AI DJ 신해철’이 농담을 하다가 ‘허 참’하며 헛웃음을 짓는 부분에선 마치 실제 인물의 말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이는 DJ가 다루는 이야기에 따라 감정 기복을 나타낼 수 있도록 AI에게 데이터를 구분해 학습시킨 영향이다. 박재한 KT TTS기술프로젝트 팀장은 “단순히 자모음 기반으로 음성을 합성하니 문장마다 감정이 오락가락하게 들렸다”며 “라디오 방송처럼 이야기에 따라 적절한 어조를 구현하기 위해 음성 데이터를 평상시·진지함·흥분함·밝음 등 네 분류로 나누고, 이 조합을 기반으로 음성을 재처리하게 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이야기했을 법한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선 과거 신씨와 라디오 방송 작업을 한 배순탁 작가가 원고를 작성했다. 이 콘텐츠는 다음달 7일까지 한 달여간 KT의 기가지니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기가지니에게 ‘신해철 목소리 들려줘’라고 요청하면 된다. 오는 17일부터는 KT 유튜브 채널에도 콘텐츠를 공개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