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개국. 화이자가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내놨던 리보핵산(RNA) 백신에 대해 사용허가를 내준 국가 수다. 지난달엔 인도 자이더스캐달라가 세계 첫 DNA 백신인 ‘자이코브-디’로 인도에서 긴급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유행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 ‘유전자 백신’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식물 백신' '붙이는 백신'…신기술 쏟아진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백신’에 식물 플랫폼으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의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백신과 비슷한 수준의 중화항체 형성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단백질 재조합 방식 백신은 유정란이나 동물세포를 이용해 백신에 쓸 단백질을 얻는다. 이 회사는 담배의 사촌격에 해당하는 식물로 단백질을 배양한다. 까다로운 배양조건을 만들 필요 없이 식물의 잎에서 백신 물질을 얻는 방식이다. RNA 백신 가격의 10분의 1 정도인 2달러 수준으로 1회분을 공급할 수 있고 2주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직 식물 유래 단백질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은 나오지 않았다. 3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중인 캐나다 메디카고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개발에 성공하면 캐나다 정부는 76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이보다 개발 속도가 늦지만 식물의 유전자를 편집해 인체에 전신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당 성분을 제거하는 기술을 추가했다.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는 “보유 중인 식물 7종을 이용해 최적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단계”라며 “식물 기반 백신은 동물세포에서 나온 불순물이 유입될 우려가 없어 안전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라파스는 피부에 붙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미세바늘들을 심어놓은 패치를 이용한다. 이 미세바늘들이 피부 속에 들어가 녹으면서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상온 공급이 가능하고 주사를 놓는 의료 인력이 필요없다는 게 장점이다. 라파스는 동물실험에서 패치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형성 효과를 확인하고 후속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DNA 백신으로 임상 2상 중인 진원생명과학은 새 접종 방식을 도입했다. DNA는 RNA보다 많은 유전정보를 담을 수 있어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까다로운 접종 방식은 단점이다. DNA를 세포핵까지 넣기 위해선 전기자극을 줘야 하는데 이때 환자 고통이 상당하다. 진원생명과학은 주사 투여 뒤 피부를 빨아들이는 흡입기를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2회 접종이 가능하고 통증도 거의 없다”며 “투여 비용이 저렴해 기존 접종 방식 대비 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