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바이오는 3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로 기존 ADC 치료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ADC가 항체에 약물을 정량으로 붙이는 기술에 초점을 뒀다면, 회사는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페이로드)을 찾은 것이다.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피노바이오는 기존 ADC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우수한 차세대 항암제를 만들기 위해 3세대 ADC 플랫폼 ‘피노-ADC(PINOT-ADC)’를 구축했다.

ADC 기술은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발전해왔다. 단순히 항체에 약물을 붙이는 1세대 기술에서 나아가 2세대 기술에서는 결합기술을 고도화해 항체 하나당 붙이는 약물의 개수를 일정하게 하고, 안정성을 높인 링커 기술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2세대 ADC 치료제는 혈액암과 달리 고형암에선 좋은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표적 항원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도 있어 ADC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독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암세포 사멸 후에 다시 혈액으로 나온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ADC를 몸 안에 넣어주기 어려웠다.

3세대 ADC 기술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로드에 집중했다. 단독으로 사용해도 효능이 좋고 독성은 약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3세대 ADC 플랫폼의 선두주자는 미국 이뮤노메딕스다. 작년 9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 인수했다. 이뮤노메딕스의 삼중음성유방암(TNBC) 치료제 ‘트로델비’는 캄토테신 계열 ‘이리노테칸’의 활성형인 ‘SN-38’을 페이로드로 사용한다. SN-38은 국소이성질화효소(토포아이소머레이스)-1을 억제해 세포분열과 DNA 복원에 필요한 특정 효소를 차단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를 죽인다.

정두영 대표는 “피노바이오가 PINOT-ADC 플랫폼을 통해 개발한 ‘FL-118’은 SN-38보다 효능은 좋으면서도 내성을 극복한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FL-118은 기존 캄토테신 계열 항암제에 비해 10배 이상의 강력한 효능을 가지면서도, 높은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FL-118은 기존 항암제 약물의 내성 발생 기전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SN-38을 쓰다 보면 암세포는 토포아이소머레이스-1 대신 토포아이소머레이스-2를 발현하는 식으로 내성을 얻는다. 반면 FL-118은 토포아이소머레이스-1의 발현량이 줄어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피노바이오는 길리어드의 트로델비, 다이이치산쿄의 엔허투에서 내성이 발생하는 암에도 FL-118이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FL-118의 전임상에 들어가 2024년 말 임상 1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약물에 중점을 둔 3세대 ADC, 다양한 독자 링커 보유

피노바이오는 차별화된 링커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기존 링커는 약물의 질소원자를 아마이드 또는 카바메이트 형태로 붙인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우리 약물은 기존 접합 방법으로는 링커에 쉽게 부착할 수 없어, 독자적인 링커를 발굴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용하는 항체와 링커의 작동 방법과 성능은 트로델비와 동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암세포는 ADC 치료제가 세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거나, 세포 안에서 약물 연결을 끊지 못하도록 세포 밖으로 다시 밀어내는 식으로 내성을 갖는다. 이에 피노바이오는 암세포 근처만 가도 약물을 빠르게 방출하는 링커를 사용했다. 정 대표는 “약물을 암세포 내부와 암세포 주변 조직에서 동시에 빠르게 방출할 수 있는 최적화된 링커 시스템을 약물과 조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상에서 트로델비, 엔허투 대비 동등 이상의 효능을 확인했다”며 “기존 ADC에 대한 다양한 내성 환자에서도 강한 효력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피노바이오는 자체 개발 중인 ‘PBX-001’의 경우 2024년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PINOT-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협력사와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국내외 다수의 바이오텍과 PINOT-ADC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내년 후보물질을 도출해 2023년 공동연구 개발사로 기술이전 성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ADC 플랫폼 기술을 확장해 항체 대신 압타머, 리피바디 등 다른 약물 전달체와 약물을 접합하는 공동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표적항암제 글로벌 임상 3건 진행 중… 내년 상장 계획”

피노바이오는 설립 초기부터 이중표적항암제를 개발해왔다. 이중표적은 하나의 약물로 두 개 이상의 표적을 조절해 약효를 개선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약물 개발 전략이다. 회사는 뉴클레오시드 기반 표적항암제인 ‘NTX-301’과 ‘NTX-303’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NTX-301은 DNA 메틸화 효소(DNMT1)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다. 현재 미국에서 고형암 대상 임상1·2상 및 혈액암 환자 대상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용량 확정을 위한 임상 1a상을 마치고, 효력 확인을 위한 임상 1b·2a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호주에서는 백금계 항암제 내성 난소암, 방광암 환자 대상 병용투여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내년부터는 조건부 승인 획득이 가능한 질환 ‘T-ALL’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2024년까지 임상을 마치고, 2025년에 조건부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허혈성 시신경병증 안과질환 치료제 ‘NTX-101’은 국내 임상 1상 투약을 마치고 현재 1상 결과 분석 및 임상 2a상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 초 코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말 200억 원 규모의 상장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기술성평가를 통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올해는 그동안 쌓아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항암제 글로벌 임상개발과 ADC 후보물질 도출 및 플랫폼 사업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피노바이오가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돼 안전하면서도 강한 효능을 내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설립일 2017년 2월
상장 여부 비상장
주요 사업 저분자 화합물, ADC 플랫폼, 녹내장 치료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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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ADC 기술로 다양한 형태 기술이전 가능할 것"
by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
피노바이오가 확보한 3세대 ADC 기술은 항체와 표적항암제를 결합한 것으로, 부작용 감소와 내성 극복, 고형암 치료 효능을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생체 내(In-vivo) 및 시험관(In-vitro) 실험에서 이뮤노메딕스의 ADC 후보물질이나 ADC 항암제 ‘케사일라’ 대비 탁월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다. 3세대 ADC 기술을 통해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 및 다양한 형태의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