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차
사진=현대차
글로벌 제조사들이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OTA·Over-The-Air) 기술 적용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전기차 확산 트렌드로 전동화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기존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SW) 분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기 위한 정지작업 차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으로 OTA 서비스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규제 샌드박스 특례 승인을 받은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현대차도, 폭스바겐도 OTA 본격 적용

기존에는 단순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정도 가능한 'SOTA(Software OTA)'를 제공해왔다면 이보다 한층 진화된 'FOTA(Firmware OTA)' 수준의 OTA 기술을 선보일 예정. 연내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와 G90 완전변경 모델부터 적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당초 첫 적용 사례로 기대를 모았던 아이오닉5도 현재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정도만 가능한 상태다. FOTA 적용과 함께 현대차는 기존 커넥티드 운영체제 '블루링크'를 확대·개편하는 작업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FOTA는 자동차 업계가 최종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OTA라 할 수 있다. FOTA 기술이 적용되면 업데이트만으로 브레이크 기능부터 주행거리 설정, 배터리 용량 조작, 운전자 보조 기능 개선 등 폭넓은 업데이트가 가능해진다. SW 조작에서 나아가 차량 하드웨어까지 통제 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선두주자 격인 테슬라가 단순 클릭만으로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시스템을 차량 내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테슬라는 2012년 OTA를 상용화했다. 이후 차량 성능 개선, 자율주행 기능 등 업데이트 항목을 추가해왔다.

이처럼 업데이트 가능 항목이 늘어나는 건 차량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체로선 또 다른 사업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과 다임러가 최근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핵심 미래 사업으로 '서비스 매출'을 크게 강조했다"며 "(이를 위해) OTA 기능을 순차적으로 차량에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영상=테슬라 유튜브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영상=테슬라 유튜브
지난달 테슬라가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배포한 'FSD 베타버전9 구독 모델'이 SW 기반 수익 모델의 대표적인 예시다. 현대차 외에도 OTA 구현을 위한 자동차 업계 움직임이 분주한 이유다.

유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의 경우 FSD를 옵션으로 채택하는 고객 비중이 전체 30% 수준에서 결정되는 분위기"라며 "2025년 테슬라 판매량이 약 500만대에 이른다고 가정했을 때 편의상 연간 판매량의 30%가량이 99달러 FSD 구독 모델을 선택한다면 연간 발생 매출이 약 1.5조원에 달한다. 오로지 FSD만 OTA를 통해 업데이트 했을 경우에 그 정도고, 기타 인포테인먼트 등 서비스로 확장되면 수익화 범위는 훨씬 넓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 역시 ID.3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될 전기차 시리즈 'ID 패밀리'에 OTA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은 물론 라이트 시스템 최적화 등 총 35가지 항목 성능을 개선한다. 다만 추후 국내 도입할 폭스바겐 ID 시리즈 차량에 OTA 기술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GM은 2023년부터 모든 차종에 OTA 탑재를 계획하고 있다. 다임러그룹도 오는 2024년 출시하는 자율주행 차종에 진보된 OTA 기능을 적용한다. 볼보는 차세대 전기차 'C40 리차지'에 주행거리를 계속해서 늘려주는 OTA 적용을 예고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국내서도 움직임…보안 우려는 여전

볼보자동차코리아,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 특례 승인 획득. 사진=볼보차
볼보자동차코리아,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서비스 특례 승인 획득. 사진=볼보차
해외와 달리 각종 규제로 OTA에 제한적이었던 국내도 조금씩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OTA는 현행법상 국내에선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 제 66조에 따라 점검·정비에 해당하는 OTA는 반드시 등록된 사업자와 장소에서만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에 OTA가 추가되면서 특례 승인을 거친 업체들에 한해 2년간 한시적으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현대차·기아·르노삼성차, 테슬라코리아, 볼보트럭코리아,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포르쉐코리아는 임시 허가를 받아 OTA 기술 적용이 가능한 상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산업부 특례 승인을 획득해 OTA 서비스 기반을 마련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길은 열렸으나 서비스 시한이 2년이면 끝나는 만큼 여전히 한계는 있다. OTA 도입을 서두르는 글로벌 트렌드 속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 우려와 근본적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상 정비업 제외사항에 무선 업데이트가 추가되면 장소의 제약 없이 수리와 성능 개선, 기능추가, 보안성 향상 등이 가능하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OTA 상용화에 앞서 해킹, 정보보안 문제 등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격으로 차량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만약 차량이 해킹되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안 기술은 OTA와 함께 발전돼야 하는 부분으로 OTA 기술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