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아이폰12 출시를 앞두고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 앞에 중국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AFP.
지난해 10월 아이폰12 출시를 앞두고 중국 상하이 애플스토어 앞에 중국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AFP.
애플이 중국 본토 기업에 처음으로 프리미엄급 아이폰 조립을 맡긴다. 그동안 애플은 고가 아이폰 조립을 주로 대만 계열인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맡겨왔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애플의 이 같은 행보가 중국과 '기술 전쟁'을 벌이는 미국 정부 기조와 엇박자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전날 애플이 올 하반기 공개할 아이폰 신제품 '아이폰13(가칭)' 생산 물량 일부를 중국 본토 위탁생산 업체 럭스쉐어에 맡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초도 물량의 약 3%를 럭스쉐어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보통 9000만~9500만대의 초도 물량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면 럭스쉐어가 약 270만~290만대 생산을 맡게 된다.

럭스쉐어는 지난해 대만 위탁생산 업체인 위스트론의 중국 본토 생산라인을 인수하면서 처음으로 애플의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로 참여했다. 그간에는 주로 보급형과 구형 아이폰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럭스쉐어가 이 생산라인을 인수하기 전에는 폭스콘의 하청업체로서 애플 충전기와 무선이어폰인 에어팟을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와 에어팟 정도를 만들던 회사가 아이폰 생산까지 맡게 된 것은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애플이 대만 기업을 두고 굳이 중국 본토 기업과 새로운 거래를 연 것은 중국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 정부 기조와는 정반대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애플의 제1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미중 갈등 여파로 아이폰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로 옮겼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제재로 불똥이 튈까 염려해서다. 2위 위탁생산업체 페가트론도 인도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깔면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들 대만 업체의 대부분 공장은 중국 본토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 기조를 확대해 '대중 기술전쟁'으로 전선을 넓혔다. 특히 향후 10년간 핵심 기술로 꼽히는 반도체·5G(5세대 통신)·배터리 등에서 중국 기업들 성장을 옥죄는 방법으로 경쟁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의 지적 재산이 투입된 기술을 중국이 쓰지 못하도록 하거나, 동맹국에 중국으로의 기술 수출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이 자율주행차 '애플카' 도입 과정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BYD 제품 탑재를 놓고 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정치적 긴장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애플이 중국 본토 기업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건 중국이 아이폰 최대 시장이라서다.

지난해 4분기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를 출시한 애플은 중국 소비자들 호응 덕분에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114억달러(약 12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에서만 213억달러(약 2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일 시장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높은 규모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