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이제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
계열사 '아퀴스' 통해 연이어 가상화폐 취득
디즈니 롤모델 삼아 종합 엔터기업 도약
김정주 넥슨 창업자(좌) 이재교 NXC 신임대표 [사진=NXC 제공]

김정주 넥슨 창업자(좌) 이재교 NXC 신임대표 [사진=NXC 제공]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주사인 NXC 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회사 측은 김정주 창업자가 사내이사와 NXC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인재 양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그가 가상자산(암호화폐)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큰 관심을 뒀던 만큼 이와 관련된 투자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주 창업자가 가장 관심 보인 분야 '암호화폐'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NXC는 최근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이 신임 대표는 넥슨의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아 NXC 의사결정 및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며 "(이 신임 대표 체제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보탬을 주는 기업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전했다.

NXC는 넥슨이 2005년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하자 기존 순환출자 방식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생겼다. NXC는 넥슨 계열사를 비롯해 NXMH 등 투자전문 기업,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는 NXCL, 레고블럭제조사 '소호브릭스', 암호화폐 연관 기업 '코빗', '비트스템프', '아퀴스', 김 창업자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와이즈키즈'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김 창업자의 공격적 행보가 예상되는 분야는 암호화폐다. 블록체인이 향후 넥슨의 최대 먹거리가 될 것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퀴스는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로부터 4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직접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보다 앞서 아퀴스는 지난해 11월 3억원, 올해 1월 10억원, 2월 35억원에도 각각 암호화폐를 사들인 바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아퀴스 법인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88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매입했다.

넥슨 일본법인도 지난 4월 비트코인 1717개를 매수해 113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비트코인 시세 폭락으로 50%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보유 중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는 2017년 국내 첫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면서 암호화폐 관련 행보를 본격화했고 2018년에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그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 창업자는 NXC 투자 전문 벨기에 자회사 NXMH B.V.B.A를 통해 비트스탬프의 지주사 '비트스탬프 홀딩스'의 자본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비트스탬프 홀딩스는 2018년 2월 NXMH가 설립한 벨기에 법인으로, NXMH가 99.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넥슨 매각 재추진 위한 포석?
판교 넥슨 사옥 [사진=연합뉴스]

판교 넥슨 사옥 [사진=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김 창업자의 관심 분야로 꼽힌다. 그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공룡 월트디즈니를 롤모델로 삼고 넥슨을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저서에서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디즈니를 동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11월 넥슨 신임 사외이사에 월트디즈니 최고 전략 책임자였던 케빈 메이어 전 틱톡 CEO를 영입했다. 메이어 신임 사외이사는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넥슨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닉 반 다이크 역시 월트디즈니에서 10년간 기업 전략과 사업 개발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디즈니 사업 전반의 전략 수립을 담당한 인물.

NXC 대표 교체가 넥슨 매각을 재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창업자가 와이즈키즈만으로도 새로운 투자활동을 할 수 있어서다. 김 창업자는 2019년 자신과 부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 매각을 시도했다. 몸값만 10조원 이상이 거론됐지만 매각이 불발됐다. 이후 허민 고문을 영입하고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해 넥슨은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고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8% 끌어올렸다.

특히 김 창업자가 2013년 넥슨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후 게임사업 관여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이후 투자와 병원설립, 아동 교육 등에 주력하다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을 계기로 넥슨재팬 등기이사직까지 사임했다.
당분간 이재교 신임대표 후방 지원할 듯
NXC는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사진=NXC 제공]

NXC는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사진=NXC 제공]

김 창업자는 당분간 이 신임 대표의 적응을 위해 후방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신임 대표와 김 창업자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이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구축 프로젝트를 맡았던 시기, 김 창업자가 현대자동차 홍보실에 근무하던 이 신임 대표와 업무상 관계를 맺었다.

이후 김 창업자가 수차례 영입 의사를 전달했고 결국 이 신임 대표는 1998년 넥슨에 합류했다.

이 신임 대표는 현장에서 홍보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언론 대응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바람의나라' 시절부터 넥슨에서 게임 홍보를 주 업무로 하다가 지주사 NXC로 넘어가 기업 브랜드 홍보와 사회공헌 등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이 신임 대표는 넥슨 초창기 자금 상황 악화에 직접 해법을 찾는 등 김 창업자의 두터운 신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NXC가 이 신임 대표 선임과 함께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CIO)으로 영입한 것 역시 글로벌 투자 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신호로 읽힌다. 미국 뉴욕 거점으로 활동할 예정인 이오실레비치는 지난 10년 동안 NXC와 넥슨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투자자문 역할을 했다. 2011년 넥슨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도 기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신임 대표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노정환 네오플 대표 등이 계열사에 대거 포진한 만큼 지주사 대표가 바뀌었지만 당분간 넥슨의 게임 경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창업자와 가장 오랜 시간 비전을 공유해온 이 신임 대표를 NXC 수장에 앉힌 건 가장 보수적인 인사"라며 "게임, 사회 공헌 등 국내 사업은 이 신임 대표에게 맡기고 김 창업자는 해외와 미래 공부에 전력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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