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동의 3분IT]

① 아이폰 큰 인기 '평가절하' 패착
② 피처폰 '대성공'에 취해 사업전환 늦어져
③ "애플·삼성과 '다른 길' 집착하다 소비자와 멀어져"
LG전자의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첫번째 제품인 LG 윙. 사진=연합뉴스

LG전자의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첫번째 제품인 LG 윙. 사진=연합뉴스

LG전자(139,500 -1.06%)가 31일 휴대전화 사업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 1995년 '화통'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휴대전화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4월5일 이사회를 열고 휴대전화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007년 아이폰 출시가 LG폰 은퇴로 이어질 줄은"

국내외 IT 전문가들은 LG가 2007년 아이폰 출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휴대전화 사업 실패의 결정적 순간으로 꼽는다. 애플은 2007년 전 세계 시장에 MP3와 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고, 2009년 한국에 아이폰3GS를 출시했다. 업계에서조차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기 전에 아이폰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폰 인기에 놀란 삼성전자는 아이폰3GS 출시 이듬해인 2010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S'를 급하게 내놨다.

하지만 LG전자는 2009년에도 '뉴초콜릿폰'과 '프라다폰2' 등 피처폰으로 대응했다. 당시만 해도 LG전자는 노키아, 모토롤라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휴대전화 회사였다. '초콜릿폰(2005년)'과 '프라다폰(2007년)'이 세계적으로 메가히트(대성공)를 치면서 2008년과 2009년 각각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0년 출시한 LG전자의 첫번째 스마트폰 '옵티머스'는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였다. 잦은 고장으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른 데다 부품 조달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급하게 출시한 탓에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의 문제도 나왔다. 소비자가 마주한 LG전자의 첫번째 스마트폰 이미지가 중요했지만 안착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LG전자 초콜릿폰. LG전자 제공

LG전자 초콜릿폰. LG전자 제공

"애플도 안 하고 삼성도 안 한 것에 집착"
LG전자는 'G 시리즈'로 재기에 나섰다. G 시리즈는 LG전자의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선택지처럼 보였다. 특히 2014년 출시된 'G3'는 LG전자 스마트폰 중에선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약 1000만대를 기록해 최대 실적을 올렸다. 앞서 출시한 'G2'가 물밑에서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이 G3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본부는 그해 3161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LG전자 'G플렉스'. LG전자 제공

LG전자 'G플렉스'. LG전자 제공

하지만 과도한 차별화에 집착한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2013년 'G 플렉스'라는 상하로 구부린 폰을 내놨다. 삼성이 디스플레이를 좌우로 구부린 스마트폰을 내놓자 이에 대응한 것이다. 2015년 LG전자의 적자 행진의 신호탄이었던 'G4'가 나왔다. 다른 회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천연가죽 디자인을 채택했다. G 시리즈와 구별한 V시리즈는 첫 제품부터 기기 결함 논란에 휘말렸다. V10는 전원이 스스로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하는 '무한부팅'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LG전자는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내놨다. 그러나 모듈 사이 틈이 벌어지는 유격현상이 발생했다. 듀얼 스크린을 앞세운 V50 씽큐, 스위블(회전하느)폰 LG 윙 등의 시험적 모델도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 'G5'. LG전자 제공

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 'G5'. LG전자 제공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는 'G4'가 나왔던 2015년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누적 손실 규모만 5조원에 달한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2015년 5970만대를 정점으로 하락세다. 2019년 연간 3000만대 밑으로 내려왔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는 9위,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사업 철수해도 모바일 특허는 남는다"
지난 4월 사업 철수를 결정한 이후 베트남 빈그룹과 휴대전화 사업 통매각을 논의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은 것은 모바일 관련 특허 때문이다. LG전자는 특허를 제외한 디바이스 부문만을 매각하길 원했고 빈그룹은 특허까지 넘겨받길 원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해도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인 만큼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2025년께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모바일 일부 특허는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도 쓰이고 있다.
LG베스트샵에서 직원이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베스트샵에서 직원이 소비자를 응대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폰을 판매했던 LG전자의 유통매장 'LG베스트샵'에서는 당장 다음달부터 아이폰을 판다. LG전자는 오는 8월 중순께 LG베스트샵 150여개 매장을 시작으로 애플의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의 판매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는 스마트폰 사업의 공백을 메우고 고용 유지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애플 사용자들을 매장으로 유입시켜 가전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LG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다. 실적이 LG전자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 종료 이후에도 사후 지원 서비스(AS)는 제공한다. 국내에선 제품 제조일로부터 4년간 AS가 지원된다.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의 경우 프리미엄모델은 3년간 지원된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LG 페이도 사업종료 후 최소 3년간 유지키로 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 사업본부 임직원 3400여명의 재배치도 마무리 됐다. LG전자는 지난 29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MC사업 종료 발표 이후 수차례 인력 재배치를 진행했다"며 "개인 희망과 직무연관성을 고려해서 계열사 및 내부로 재배치했으며, 국내의 경우 LG전자 외 다른 계열사로 4분의 1이 이동했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