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비타민 ‘아로나민’ 등을 거느린 일반의약품 분야 최강자 일동제약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16년 무렵이다. ‘변신’을 주도한 사람은 당시 단독대표를 맡으며 일동의 ‘원톱’으로 올라선 오너 3세 윤웅섭 사장이다. 윤 사장은 “일동의 미래는 신약 개발에 있다”며 연구개발(R&D) 조직을 정비하고 관련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렇게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을 R&D 창고에 하나씩 쌓아나갔다.

5년 넘게 이어진 윤 사장의 신약 개발 드라이브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일동제약은 자체 개발 중인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IDG16177’에 대해 독일 연방 의약품의료기기관리기관(BfArM)이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IDG16177은 전임상 등을 통해 효능이 어느 정도 검증된 데다 환자 수가 워낙 많은 당뇨 치료제란 점에서 일동이 보유한 10여 개 파이프라인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대주로 꼽힌다. 글로벌 임상에 들어간 일동제약의 첫 신약 후보물질이기도 하다.

일동은 ‘국산 28호 신약’인 ‘베시보’(B형 간염 치료제)를 갖고 있지만 해외 임상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베시보는 LG화학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2상까지 끝낸 것을 일동이 ‘입양’한 약품이란 점에서 직접 발굴한 IDG16177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일동제약은 조만간 독일 베를린에서 건강한 사람과 제2형 당뇨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IDG16177의 안전성과 내약성, 유효성 등을 알아보는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물질은 췌장 베타세포의 GPR40(G단백질수용체40)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IDG16177은 동물실험 결과 유사 계열의 경쟁 물질에 비해 10배 낮은 용량에서도 더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며 “독성 문제 등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기존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만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당뇨 환자들에게 IDG16177을 함께 투여한 뒤 당화혈색소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일동제약은 내년까지 1상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신약 후보물질도 순항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인 ‘D11903’에 대해서도 연내 글로벌 임상 1상에 도전장을 낼 방침이다.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와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역시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786억원을 R&D에 쏟아부은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70% 많은 261억원을 투입했다”며 “몇 년 안에 일동제약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일반의약품 강자’에서 ‘한국의 대표 신약 개발기업’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