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 절반으로…'착한 포장재' 만드는 3D 솔루션
플라스틱은 양면성을 지닌 소재다.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이 쉬워 소비재 제조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지만, 동시에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폐플라스틱의 62%가 매립되며 재활용은 14%에 불과하다. 플라스틱은 분해가 어려운 분자 구조로 이뤄져 있어 썩는 데도 수백 년이 걸린다.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는 강화 추세에 있다. 유럽연합(EU)은 특정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고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한국도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차원(3D) 소프트웨어(SW) 업체 다쏘시스템의 ‘퍼펙트 패키지’ 솔루션은 이런 규제 환경에 노출된 제조업 분야 기업들에 유용하다.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최소화하는 솔루션이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용량과 설계 비용을 30~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리는 3D 시뮬레이션이다. 가상 환경에서 여러 포장재를 설계해볼 수 있다. 포장 기술을 개발하려면 물리적인 테스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퍼펙트 패키지는 이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 플라스틱 음료수병을 예로 들면 가운데 둘레를 줄였을 때 실제 내용물이 얼마나 담기는지, 하중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계량적으로 표시된다. 한 솔루션 내에서 콘셉트 설계와 디자인 기획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는 “가상 환경에서 포장재 소재, 모양, 내용물, 용량 등을 마음껏 조합해 최적의 용기를 만들 수 있다”며 “순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친환경 제품 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다쏘시스템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호주 최대 포장재 업체 암코는 다쏘시스템 솔루션 도입으로 연간 약 4500만kg의 플라스틱을 절감하고 있다. 1년 반가량 소요되던 설계 시간은 9개월로 단축됐고, 설계 수정 횟수는 20% 감소했다. 연간 식음료 용기 250억 개를 생산하는 프랑스 유리병 제조업체 베랄리아는 다쏘시스템 솔루션을 통해 용기 무게 및 재료를 10% 절감했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경영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포장재를 많이 쓰는 국내 식품업계의 관심도 커졌다. 허태준 풀무원 포장연구팀 팀장은 “주력 제품 포장재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면서 식품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다쏘시스템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