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배그" 텐센트 '화평정영' 로열티 사실상 인정
그간 관련성 부인하다 상장 앞두고 증권신고서에 명시
업계 "판호 이슈에 우회로 택했을 것…이젠 조율 끝난듯"
'중국판 배그'로 불리는 텐센트의 '화평정영'. / 출처=한경 DB

'중국판 배그'로 불리는 텐센트의 '화평정영'. / 출처=한경 DB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19년 기준 204억 달러 규모로서 전세계 1위의 시장에 해당합니다. 당사는 중국 시장에서 Tencent(텐센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Technology Service(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당사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경우 당사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본격 상장 절차를 밟는 ‘기업공개(IPO) 대어’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공개한 증권신고서에서 게임업계 눈길을 끈 대목이다. 간판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배그)과 관련 없다고 부인해오던 중국 텐센트 ‘화평정영(和平精英)’에게 일종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몇몇 미세한 내용 차이 외에는 1인칭 슈팅(FPS) 게임 형식, 플레이 방법 등이 판박이여서 사실상 배그와 동일한 게임으로 인식돼왔다. ‘중국판 배그’ 또는 ‘짝퉁 배그’라 불릴 정도다. 그간 여러 정황상 심증은 있었는데 이번에 크래프톤이 텐센트와의 관계를 시인한 것이다.

공모 직후 크래프톤 시가총액은 30조원에 육박할 전망. 2010년 삼성생명이 세운 국내 IPO 공모 금액 기록(4조8881억원)을 깰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빅3’로 꼽히는 넥슨(약 23조원) 엔씨소프트(약 18조원) 넷마블(약 11조원) 시총을 뛰어넘어 단숨에 게임업종 대장주가 될 크래프톤에게 ‘차이나 리스크’ 변수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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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이 한국 게임에 문을 닫아건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한 비공식 한한령(한류 제한령) 여파다. 중국은 아직도 극소수를 제외한 한국 게임에 판호(중국 게임 유통 허가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크래프톤이 우회로를 택한 셈인데, 자칫 중국 정부가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에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이라고 기술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사실 판호 문제는 개별 기업이 풀 수 없는 사안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판호 발급 재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해온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으로 여전히 기약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판호 자체가 막힌 터라 크래프톤으로선 텐센트에게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라도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을 창업한 장병규 의장. / 출처=한경 DB

크래프톤을 창업한 장병규 의장. / 출처=한경 DB

효과는 컸다. 배그는 크래프톤의 수익 대부분을 책임지는 메가 히트작이 됐다. 증권신고서 상의 작년 매출액 68.1%를 올린 주요 매출처 ‘A사’가 화평정영을 서비스하는 텐센트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에선 크래프톤이 화평정영과의 관련성을 공개한 것이 차이나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창업자 장병규 이사회 의장(지분 16.4%)에 이은 크래프톤의 2대 주주 텐센트(지분 15.5%)와 사전조율을 거친 결과물일 것이란 관측이 뒤따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 같진 않다”며 “텐센트는 화평정영 서비스사일뿐 아니라 크래프톤 대주주이기도 하다. (화평정영 로열티 관련 언급은) 중국에서의 규제 이슈와 상장 효과까지 감안해 이미 텐센트와 교통정리를 마친 뒤 ‘이 정도는 알려도 무방하다’는 의미의 공개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게임사는 바보라서 정공법만 썼느냐는 일부 항변도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중국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와 연결된 만큼 크래프톤 입장에선 시도해볼 만했던 선택 같다”면서 “중국 정부 차원 결정이 있어야겠지만 한국 게임 전반에 대한 판호 제한이 풀리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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