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에 시스템통합(SI) 사업 일부를 계열사가 아니라 외부업체에 넘기도록 압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자율 추진이 원칙인 ‘일감 나누기’ 차원이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기업 불공정 행위 여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공정위의 방침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아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일 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의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 주재로 ‘정보기술(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 준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국내 IT 서비스 대기업 및 중소기업 관계자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IT서비스산업협회 등 관련 정부 기관 및 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정위는 대기업의 SI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 마련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들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SI 업종의 일감 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자율 준수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참여할 수밖에 없어 ‘압박’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SI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일감 일부를 내놔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최근 몇몇 대기업의 단체급식 일감 외부 개방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올랐거나 오를 수 있는 기업들이 단체급식 사업을 외부 업체에 개방한 것이다.

IT업계에선 대기업의 SI 일감은 외부에 개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선 SI 계열사에 일감을 맡기는 게 자연스러운 ‘시장 선택’이라는 얘기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SI에서는 긴급하게 업무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로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이 필요한 SI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 관련 업무를 맡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SI업체들의 덩치가 줄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기업과 시장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일감 개방 자율 준수 기준 마련 외에도 관련 공시 강화로 SI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해 내년 5월부터 대기업에 SI 계열사의 내부 거래 현황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