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반도체에 투자하는 금액은 100조원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AI 인프라를 선도할 잠재력은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은 ‘괄목상대(刮目相對)’에 비유할 만하다. 사람 같은 AI 모델의 기반으론 흔히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SW) 기술이 꼽힌다. 하지만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두 요소에 하드웨어(HW)를 얹는다. 이른바 ‘삼위일체’ 조화다. “한국이 주저하는 사이, 글로벌 하드웨어 컴퓨팅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백 대표의 말은, 그가 직접 나서 AI 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창업한 이유기도 하다.

AI 반도체는 까다로운 분야댜. 통상 AI 모델은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해 움직여왔다. 하지만 끝없이 고도화되고 있는 AI는 무수한 연산량을 발생시키고 있다. 때문에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나 신경망처리장치(NPU)같은 전용 장치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퓨리오사AI가 타깃한 주요 사업분야들이다.

2017년 창업된 퓨리오사AI는 올해로 업력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미 조지아 공대를 졸업하고 AMD,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를 하던 백 대표는 어느덧 누적투자액 80억원 규모의 AI 스타트업 대표로 자리 잡았다. 마켓컬리, 두나무 등 유니콘 초기 투자로 유명한 DSC인베스트먼트, 네이버의 액셀러레이터 D2SF, 산업은행 등 자본시장 ‘큰손’들이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창업 초기엔 색안경을 낀 시선도 없지 않았다. “스타트업이 설계한 AI 반도체는 믿을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반전의 계기는 창업 2년 만에 빠르게 찾아왔다. 2019년 11월, 글로벌 AI칩 벤치마크 테스트 ‘MLPerf(엠엘퍼프)’에서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성능 지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일부 항목은 엔비디아와 인텔을 앞설 정도였다. 엠엘퍼프에 아시아권 스타트업이 등재된 것 자체가 유례없던 일이었다.

백 대표는 성과의 바탕을 ‘사람’에서 찾는다. AI칩 설계는 실리콘 개발부터 SW 스택 개발까지 고도의 복합 기술이 요구된다. 그는 “SW, HW, 알고리즘 등 세 가지 다른 분야의 근본 개념 설계부터 개발까지를 총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팀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퓨리오사AI의 개발자들은 삼성전자, AMD, 퀄컴 등에서 10년 이상의 전문성을 쌓은 베테랑으로 꼽힌다. 약 40명의 인력들이 상용 GPU, 스토리지 솔루션, 시스템칩(SOC), 퍼포먼스 모델링 등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퓨리오사AI는 정부가 주관하는 AI 반도체 개발 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퓨리오사AI를 2029년까지 2475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 서버 분야 주관기관으로 뽑았다. 업체는 SK텔레콤, KAIST, 포항공대 등 15개 기관과 연합해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복합적인 AI 모델을 처리하는 추론형 AI 반도체(NPU) 개발을 이끌고 있다.

백 대표는 “높은 개발 난이도와 강력한 글로벌 경쟁 상대에 대항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도전 과제를 안은 상태”라며 “강력한 기술력을 동력 삼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AI칩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