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진 밸류맵 대표가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 사무실에서 토지정보 플랫폼 밸류맵의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김범진 밸류맵 대표가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 사무실에서 토지정보 플랫폼 밸류맵의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어느 집안이든 처분하기 골치 아픈 땅문서가 하나씩은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흔히 들리는 얘기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과 달리 토지 거래는 까다로운 점이 많다. 땅은 언제, 얼마에 사들여 어떻게 개발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개발할 땐 위치, 용도, 규제, 교통망, 주변 인구 등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토지 거래는 매물 위치와 가격조차 알기 어려운 ‘깜깜이 시장’에서 알음알음 이뤄진다. 종종 보이는 ‘땅 팝니다’ 플래카드가 그런 예다.

토지건물 플랫폼 ‘밸류맵’은 이런 토지시장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접목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토지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김범진 밸류맵 대표는 “땅은 모든 경제 행위의 원재료”라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최적의 부가가치 창출 방법을 쉽게 따져볼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밸류맵은 토지와 건물 관련 각종 거래 정보를 모아 지도 위에 보여준다. 국토교통부 토지 실거래가 시스템,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에 분산된 정보를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취합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직관적으로 보여준 덕분에 입소문이 빨리 퍼졌다.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월간활성사용자수(MAU) 5만 명을 넘겼다. 지난달 기준 MAU는 57만 명에 달한다.

올 들어선 AI 건축설계 서비스를 도입했다. 필지를 선택하면 AI가 최대 용적률과 건폐율, 지구단위계획, 일대 일조량 변화 등을 자동 분석해 가설계안을 3차원(3D) 모델로 보여준다. 땅을 어떻게 개발하는 게 가장 나은지 먼저 따져보자는 취지다. 김 대표는 “기존엔 땅을 사들인 사람이 설계사무소를 찾아다니면서 가설계안을 받는 식이라 거래 후 추가 비용이 상당했다”며 “매물 단계에서부터 토지의 잠재력을 평가하면 추가 비용과 거래 리스크가 확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밸류맵은 토지 한 곳에 대해 다가구·다세대주택, 상가주택 등 주택 네 가지 종류별로 각각 10가지 개발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건축설계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AI를 이용해 토지 자동가치평가(AVM) 시스템도 마련했다. 매물로 나온 토지의 적정 가치를 산출하는 시스템으로 올가을 서비스를 시작한다. AI에 일대 토지 경매·매매 거래 기록, 최근 매물 가격, 임대료 추이, 유동인구 자료 등 과거 패턴을 학습시키고, 여기에다 현재 건물 가치 등을 더해 예상 거래가격을 산출해준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실제 거래 가격과 AI가 예상한 가격 차이가 10% 안팎”이라며 “정확도를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매도자가 부르는 게 값인 ‘깜깜이 호가’ 방식 거래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밸류맵은 부동산 매물 광고 대신 플랫폼을 통해 거래나 대출이 발생했을 때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한다. 김 대표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토지, 건물시장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며 “3년 뒤엔 연간 국내 토지 거래량의 20%가량인 2조~3조원 규모 토지 거래가 밸류맵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