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엔신라젠 인수 자금으로 5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15% 이상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해 신라젠 거래재개를 위한 요건을 충족시킬 계획이다.

15일 신라젠 등에 따르면 엠투엔은 전날 신라젠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엠투엔은 투자금액, 자본 현황, 자금조달 계획, 임상 계획, 보유 후보물질 등을 종합한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의 매각은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한국거래소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요구 사항을 맞춰야 상장폐지를 피하고, 거래재개를 꾀할 수 있다.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 상장 이후 시가총액 순위 2위까지 올랐지만,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지난해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작년 11월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해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거래소는 신규투자자 유치 등의 방식으로 자본금을 500억원 이상 확충하고, 신규 최대주주의 지분을 15% 이상 확보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양사는 16일부터 납입일정 및 조건 등 본계약을 위한 내부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계약은 내달 중순께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라젠 매각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후속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엠투엔이 최대주주에 오른다.

“인수 자금 500억원 투입…합병 고려 안해”

엠투엔은 거래소의 요구에 맞춰 신라젠 인수를 위해 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엠투엔 관계자는 “이달 초 결정한 3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 발행 자금이 오는 20일 납입된다”며 “추가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신라젠과 지속적으로 협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사들과 콘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투엔은 신라젠 인수로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엠투엔은 스틸드럼, 자동차 부품 등 철강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지난해 8월 사명을 디케이디엔아이에서 엠투엔으로 변경하면서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미국 신약개발업체인 그린파이어바이오에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지분은 18.69%다. 작년 9월에는 엠투엔 미국법인과 그린파이어바이오의 합작법인인 그린쓰리바이오를 설립했다. 그린쓰리바이오는 미국 애리언 파마슈티컬즈로부터 후보물질 ‘GRN-300’을 확보해, 현재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난소암 치료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엠투엔은 신라젠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투엔은 지난해에 매출 351억원, 영업적자 19억원, 순손실 7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을 시작하면서 연구개발비용 등으로 인해 적자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항암바이러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신라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까지 시너지 창출 방향은 명확하지 않지만, 합병 등의 형태가 아니라 양사가 자체적인 개발을 이어나가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라젠도 거래재개와 경영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라젠은 한국 미국 호주 등에서 항암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신장암 치료제 임상 1b·2a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임상 2a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주발행 단가를 조정하면 엠투엔이 최소 500억원을 투입해, 15% 이상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양사는 외부기관에 신주발행 단가의 산정을 의뢰하고, 산출 근거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