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이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확충하기 위해 바이오벤처 2~3곳에 대한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작년 9월 자사주 매각으로 마련한 2153억원을 활용해 중견 제약사 또는 바이오기업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 신풍제약은 올해 연구개발(R&D) 투자금을 예년의 2배 가까이로 늘리는 동시에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내실 다지기’와 ‘외형 확장’이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신풍제약 "제약·바이오기업 M&A 나설 것"

○제약사 M&A·지분투자 검토

유제만 신풍제약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올해 핵심 경영목표 중 하나로 잡았다”며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유 사장이 설계한 신풍제약의 성장동력은 신약이다. 신풍제약은 이를 위해 지난해 200억여원이던 R&D 투자비를 올해 400억원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매출(2020년 1977억원) 대비 R&D투자 비율이 20%가 넘는 셈이다. 유 사장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와 뇌졸중 치료제, 항혈소판제 등에 R&D 자금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현재 10개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늘리기 위해 바이오벤처 지분투자와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돈은 넉넉하다. 자사주 매각 대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쓴 덕분에 2019년 말 81.7%였던 부채비율이 30.1%로 떨어져서다. 언제든 빚을 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신풍제약은 지난해 자사주 2.35%를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7.14%를 들고 있다.

유 사장은 “케미컬 신약과 바이오 신약 개발업체 등 2~3곳에 대한 지분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범위를 넓혀 중견 제약사를 인수하는 방안과 반대로 범위를 좁혀 신약 후보물질만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기능식품도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최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내놓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 사장은 “소비자가 인생이란 마라톤을 뛸 때 곁에서 지켜주는 ‘페이스 메이커’를 콘셉트로 잡았다”며 “하반기 연령, 성별, 직업별 맞춤형 제품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상반기 코로나 치료제 2상 결과 나와

유 사장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따라 신풍제약 주가가 춤을 추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이맘때 1만5100원이던 주가는 작년 9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21만4000원까지 뛰었다. 14일 종가는 9만원이다.

신풍제약은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위한 코로나 치료제로 쓰기 위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 사장은 “5~6월 중 피라맥스 임상 2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지 여부는 2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피라맥스 임상 2상 결과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처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쓸 때 피라맥스 가격(2만8800원·1정당 3200원×성인 9정 복용)을 고려하면 코로나 치료제 가격도 몇 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병에 100만원이 넘는 항체치료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한 셈이다.

자체 개발 중인 뇌졸중 치료제 ‘SP-8203’도 상반기 후기 임상 2상 결과가 나온다. 유 사장은 “SP-8203은 전기 임상 2상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후기 2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을 본격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부양 계획과 관련해서는 “각종 치료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상증자, 액면분할, 자사주 소각 등 인위적인 주가부양책을 쓸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