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나에서 분사해 창업한 그레일이 다시 일루미나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해 발표한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의 반독점 정책이 더욱 공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직합병을 금지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핫뉴스] M&A 제동 건 美 FTC
1. FTC,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에 제동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를 막는 내용의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일루미나는 액체생검 기업인 그레일을 71억 달러(8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레일은 일루미나의 액체생검 사업부를 분사해 2016년 창업한 회사다. 일루미나는 그레일 출범 초기부터 이 회사 지분 15%를 보유해왔다. 지난해 나머지 지분 매수를 공식 발표했다.

일루미나는 미국에서 다중암조기검사(MCED)를 위한 DNA 염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다. FTC는 MCED가 50개 유형의 암을 찾아내는 데 사용될 수 있어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레일은 DNA 시퀀싱을 통해 환자 혈액을 분석하는 액체생검 회사다. FTC는 일루미나가 그레일을 인수하면 미국 MCED 시장의 혁신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CED 검사 품질이 떨어지고 환자들의 검사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도 판단했다.

업계서는 미국의 반독점 정책 집행이 더 공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C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대부분 경쟁자들 간 ‘수평적 M&A’를 대상으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TC가 수직적 M&A에 제동을 건 것은 2017년 AT&T의 타임워너 인수합병 사례가 40여 년 역사상 유일했다고 평가했다. FTC의 공격적 행보로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M&A가 위축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글로벌 핫뉴스] M&A 제동 건 美 FTC
2. BMS-블루버드바이오, CAR-T치료제 FDA 승인
BMS와 블루버드바이오가 함께 개발한 B세포성숙화항원(BCMA) 표적 키메라항원수용체(CAR)-T 치료제인 ‘아베크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면역조절제, 프로테아좀 억제제, 항 CD38 항체 치료제 등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재발·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제다.

2017년 노바티스 킴리아가 FDA 허가를 받으면서 CAR-T 치료제 상용화 시대가 열렸다. 이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라루스, BMS의 브레얀지가 각각 FDA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CD19 타깃 치료제다. 급성 림프구성백혈병과 림프종 등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다발성 골수종 CAR-T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것도, BCMA 타깃 CAR-T 치료제가 허가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BMS는 아베크마 허가로 CD19와 BCMA 타깃으로 한 두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하나뿐인 회사가 됐다.

다발성 골수종은 몸속 여러 뼈에 종양이 생기는 혈액암이다. 재발이 잦은 데다 치료가 반복될수록 효과와 생존율은 떨어진다. FDA는 아베크마의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토대로 이 약을 허가했다. 임상 참여 환자 100명 중 치료제에 반응한 환자 비율(ORR)은 72%였다. 28%는 엄격한 완전관해(sCR)에 도달했다. 이 중 65%가 최소 12개월 동안 완전관해가 지속됐다.

아베크마의 CAR-T 세포 조작에는 렌티바이러스 벡터가 사용된다. 환자의 T세포를 뽑아낸 뒤 뉴저지에 있는 BMS 공장에서 치료제를 만들어 운반하는 형태로 치료가 이뤄진다.
[글로벌 핫뉴스] M&A 제동 건 美 FTC
3. 코로나 진단 키트 긴급승인 받은 아마존
아마존이 미국 FDA로부터 코로나19 RT-PCR 진단 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아마존 자회사인 STS램홀드코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비강을 면봉으로 긁어 검체를 채취한 뒤 분석하는 방식의 이 진단키트는 검사 대상자가 집이나 직장에서 직접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채취한 검체를 검사센터로 보내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이 키트를 직원들의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2주마다 작업자들이 검사를 한 뒤 지정된 보관함에 봉인한 검체를 넣으면 실험실로 자동 배송해 분석하고 양성인 사람은 추가 확진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증상 확진자를 업무에서 배제해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이 이번 진단키트 승인을 통해 가정용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아직은 이 키트의 용도를 직원 검사용으로만 발표했지만 이후 상용화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은 지난해 봄 원격진료서비스인 아마존 케어를 통해 가정용 코로나 진단 키트의 배송·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키트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핫뉴스] M&A 제동 건 美 FTC
4. 로슈, 분자진단기업 젠마크 2조 원에 인수
세계적 진단기업 로슈가 분자진단기업 젠마크(GNMK)를 품에 안았다. 이번 M&A로 로슈는 분자진단 분야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로슈는 젠마크를 주당 24.05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젠마크의 매각 가능성 뉴스가 나오기 전인 2월 10일 종가 대비 43% 높은 금액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18억 달러(약 2조400억 원)다. 젠마크와 로슈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계약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거래는 올 2분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젠마크는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감염성 질환을 한 번에 검사해 원인을 찾는 증상 기반 패널 검사(syndromic panel testing)에 특화된 회사다.

젠마크의 ePlex 패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양한 호흡기 병원체를 분석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혈액 감염 여부를 바로 파악하고, 환자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는 분자진단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블룸버그가 젠마크 매각설을 보도하면서 로슈와 함께 서모피셔 사이언티픽, 홀로직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로슈는 젠마크를 인수하면서 분자진단 제품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스콧 멘델 젠마크 CEO는 “로슈의 진단 헬스케어 솔루션과 함께 세계 고객에게 분자진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가 있는 로슈는 2020년 583억 스위스프랑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15가지 제품을 출시하면서 진단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138억 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분자진단 검사가 늘면서 이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90% 급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