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격전지로 떠오른 '하이퍼로컬' 서비스…네이버·롯데도 가세
이용자 주변 정보를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명 ‘하이퍼로컬(hyper-local) 서비스’다. 중고 거래 플랫폼부터 동네 정보 유통까지 관련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의 행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하이퍼로컬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이용자 세 배 급증

IT 기업 격전지로 떠오른 '하이퍼로컬' 서비스…네이버·롯데도 가세
국내 대표적인 지역 밀착형 인터넷 서비스는 당근마켓이다. 이용자 수가 작년 550만 명에서 올해 1500만 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라는 사업 모델로 시작해 지금은 구인·구직, 부동산 등 각종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당근마켓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당근마켓과 인천시 부평구는 지난 5일 관내 22개 동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유용한 지역 생활정보와 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부평구의 당근마켓 이용자는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청 행사, 지역 소상공인 지원사업, 출산 지원금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당근마켓의 김서은 동네생활 서비스 기획자는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소식들을 일일이 챙기거나 전해듣기 어려웠던 주민들이 당근마켓을 통해 더 쉽고 편리하게 유용한 생활 정보를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최근 지자체 재·보궐선거 관련 정보도 제공했다. 당근마켓 이용자는 선거 지역의 투표소, 출마 후보 정보, 선거 공약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과 비슷한 서비스인 번개장터의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 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번개장터 이용자 수는 올 1월 284만 명까지 늘었다. 번개장터도 최근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 에스브릿지, 중고 의류 거래서비스 마켓인유를 인수했다.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는 “골프와 패션 부문의 중고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골프와 패션 영역에서 오랜 기간 차별화된 리더십을 구축해온 기업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는 지난달 중고 휴대폰 관련 사업도 강화했다. 휴대폰 유통업체인 착한텔레콤의 중고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앞서 번개장터는 지난해 중고 스마트폰 시세 조회 및 거래를 돕는 ‘내폰시세’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 지금보다 개선된 중고폰 시세 조회 및 매입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도 지역 정보 서비스 강화

네이버도 하이퍼로컬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 카페 앱에 ‘이웃 서비스’를 추가했다. 네이버 카페 앱의 하단에 이웃이라는 탭을 더했다. 이웃 서비스에서는 세 가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요즘 핫(HOT)’에서는 지역 기반 카페의 최근 인기 있는 게시물을 모아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서울 마포구에 살 경우에는 ‘DMC 상암동 카페’, ‘청년 주택-서교동’ 등 네이버 카페에서 조회 수가 높은 게시물의 확인이 가능하다. ‘중고거래’ 게시판에서는 네이버 카페의 게시물 중 이용자 주변에서 올린 매매 글을 볼 수 있다. ‘인기 동네 카페’를 통해서는 이용자 주변 위치와 관련된 카페 목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합정역 7번 출구 통기타 동호회’, ‘마포구 동네 고양이 친구들’ 등 정보가 제공된다. 네이버 카페의 40%가량이 지역 기반 카페다. 네이버의 사내 독립 기업(CIC) 그룹앤(Group&)의 김정미 책임 리더는 “네이버 카페는 이웃끼리 소식을 공유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됐다”며 “앞으로 지역의 인기 소식들을 더 빠르고 편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이웃 서비스 기능을 개선했다. 지역 이웃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소통할 수 있는 ‘이웃 톡’(사진)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웃 톡 서비스도 네이버 카페 앱의 ‘이웃’ 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인증하면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다. 최근 롯데도 동네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인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해외에서도 이용자 급증

해외에서도 동네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넥스트도어가 대표적이다. 2011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주변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에 중고거래 플랫폼, 지역업체 정보 등까지 제공한다. 넥스트도어에는 26만8000여 개에 달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지난해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을 수 있는 ‘헬프 맵’ 기능도 추가해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립된 이웃에 생필품과 마스크를 나눠주기 위해 생긴 기능이다.

스페인에서는 중고거래 서비스인 왈라팝이 유명하다. 이용자가 스페인 인구의 절반인 1500만 명에 달한다. 스페인 쇼핑 앱 가운데 이용자가 네 번째로 많다. 당근마켓처럼 참여자 간 생활용품 거래가 활발하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캐러셀이 비슷한 서비스다. 캐러셀도 지역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중고 거래를 돕는다.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큰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최근 왈라팝과 캐러셀에 모두 투자하기도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