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유전자 변이 치료물질 도입
맞춤형 표적 항암제 개발 '속도'
한국콜마그룹 계열 제약업체인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이 바이오 벤처기업 보로노이와 손잡고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에 나섰다. 두 회사가 도전하는 항암제는 2026년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 시장이다.

HK이노엔은 최근 보로노이가 보유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VRN061782’ 도입 계약을 맺고, 내년 글로벌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HK이노엔이 도입한 물질은 ‘선택적 RET 인산화효소 저해제’다. 체내 신호전달 물질인 인산화효소 중 RET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다른 유전자와 결합해 암이 생긴 경우 이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다.

지금은 RET 유전자 문제로 암이 생긴 경우 이에 맞는 치료제가 없어 RET 유전자뿐 아니라 다른 유전자도 공격하는 ‘비선택적 인산화효소 치료제’를 주로 쓴다. 하지만 약물 반응률이 낮은 반면 부작용은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선택적 RET 저해제 계열의 항암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 일라이릴리의 ‘셀퍼카티닙’과 로슈의 ‘프랄세티닙’ 등 2개 제품만 나왔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데다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유망 시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HK이노엔은 RET 유전자 융합 또는 변이를 가진 폐암·갑상샘암을 포함해 암의 위치에 상관없이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가 같은 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략하는 맞춤형 표적 항암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항암 효과, 안전성 등에서 가장 뛰어난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VRN061782는 비임상 동물시험에서 기존에 나온 동일 계열 경쟁 약물보다 약물 내성에 대한 높은 반응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정 유전자만 선택 공격하는 덕분에 안전성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을 자체 개발한 역량을 토대로 20여 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암과 자가면역질환, 간질환 등이다. 2015년 설립된 보로노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택적 인산화효소 저해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발굴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강석희 HK이노엔 대표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약 파이프라인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