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가 산정기준 논란
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으로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제조 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항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회사들을 비교 기업으로 삼은데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매출이나 수주 실적에 대한 설명없이 바이오 배양기(리액터) 용량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단순 계산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교 대상을 CMO로 삼은 것 이례적

8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18일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 설명회에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4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다음달 18일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가 범위는 주당 4만9000~6만5000원, 기업가치는 3조7500억~4조9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 산정 방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백신 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를 정하는 비교 대상 기업에 스위스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CMO 회사만 포함시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의 대부분이 스카이셀플루(독감 백신) 등 백신에서 나오는 백신 회사다. 지난해 1~3분기에 백신 제품 생산으로 10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 1586억원의 63.7%다. 이와 함께 미국 MSD(머크)의 백신 로타텍 등을 유통해 395억원(25.0%)의 매출을 올렸다.

한 CMO 업계 대표는 “항체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백신 CMO 회사보다 훨씬 높다”며 “백신 개발 기업과 직접 비교를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작년 9월부터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포드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CMO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엔 생산량이나 매출 등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CMO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6개월도 안된 회사가 비교군을 CMO로 삼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우시 포함해 공모가 높여”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교 대상에 포함한 것도 논란거리다. NH투자증권 등 상장 주관사들은 이번 희망 공모가를 결정하면서 생산능력당 기업가치(EV/capacity) 방법을 사용했다. 기업가치(EV)는 최근 3개월 평균(2020년 11월2일~지난 2월1일 종가)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을 뺀 값이다. 론자의 경우 기업가치에 CMO 사업 비중(72.3%)을 곱해 해당 사업의 가치를 따로 계산했다. 생산능력은 각 회사가 보유한 바이오 리액터 규모를 기준으로 했다.

이렇게 나온 생산능력당 기업가치는 △론자 1.27 △삼성바이오로직스 1.44 △우시 5.21이었다. 세 기업 평균인 2.64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 능력(2만3924L)를 곱해 기업가치가 6조3265억원이라고 계산했다. 공모가 범위는 기업가치에서 순차입금을 뺀 뒤 할인율 40.44%~20.99%를 적용했다.

하지만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고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공모가 밴드를 계산하면 1조9237억~2조5519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 내 압도적인 점유율(78.6%)과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이긴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교기업에 오른 건 다소 의아하다”며 “밸류가 높은 CMO 회사를 끼워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CMO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상장 당시 CMO 비교기업으로 론자만 포함시켰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당 기업가치뿐 아니라 매출액당 기업가치(EV/sales) 방식을 혼합했다. 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파이프라인당 기업가치(EV/pipeline)도 포함했다. 한 바이오 전문 펀드매니저는 “백신 제품이 다양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파이프라인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방식이라면 바이넥스는 시총 3조원

회사별 바이오 리액터 규모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방식 역시 지나치가 단순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계산대로라면 약 1만2000L 규모의 리액터를 보유한 CMO 기업 바이넥스의 시가 총액 역시 3조 이상돼야 한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안팎이다.

한 CMO 업계 임원은 “예를 들어 1000L리택터와 5000L리액터의 매출 차이는 5배가 아닌 2~3배 수준”이라며 “크기에 비례해 매출이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비교 기업으로 삼을 수 있는 회사가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바이오로직스 밖에 없었다”며 “론자의 경우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 (백신 사업을 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