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부자' 김범수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 얻어…그 이상은 덤"
해외에서는 유명한 기업가가 거액의 개인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현재 가치로 138조원에 달하는 재산의 90%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빌 게이츠나 최근 15년 동안 44조원어치의 주식을 내놓은 워런 버핏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김 의장처럼 성공한 기업가가 구체적인 비율까지 언급하며 개인 재산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밝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기부키로 한 배경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들은 김 의장이 갑자기 결심한 일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유독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2017년 한 인터뷰에서 "누가 저한테 그랬어요.
웬만한 부자는 자기 힘으로 될 수 있지만, 억만장자는 하늘이 내려 주시는 거라서 그 뜻을 잘 새겨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얘기였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와 닿았어요.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동년배인 네이버 이해진, 넥슨 김정주, 엔씨소프트 김택진 등 1966~1968년생 이른바 '벤처 1세대' 사이에서도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편이었다.
어릴 적엔 여덟 식구가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살고 5남매 중 혼자 대학을 나왔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한게임과 카카오를 창업하며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IT 기업가가 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카카오의 주가는 몇 배로 뛰었고 덩달아 김 의장의 재산도 몇 곱절로 불어났다. 김 의장은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면 마음에 걸리죠. 열심히 살아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외면하자니 죄책감도 들고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카카오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며 20억원의 사재를 기부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장을 직접 맡아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지속가능경영 전략 방향성 점검과 성과 및 문제점 등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김 의장이 얼마 전 총 1천452억원 규모의 주식 지분을 친인척에게 증여하면서 두 자녀가 262억원씩을 받고 본인 소유의 지주회사 '케이큐브홀딩스'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도 일었다.
그러나 이번에 증여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일각의 삐딱한 시선을 돌릴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김 의장은 구체적인 재산 기부의 방법이나 용처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교육 문제 등에 관심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조만간 카카오 임직원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여러 생각을 들어볼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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