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SD바이오센서는 2010년 설립된 진단기기 개발·생산 기업이다. 이 회사의 전신은 SD다. SD는 2009년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친 미국 진단기업 엘리어에 합병됐다. 이후 기존 SD 경영진은 협상을 통해 혈당사업부만 스핀오프해 SD바이오센서를 설립했다.

이효근 SD바이오센서 대표는 “설립 시기인 2010년부터 2015년까진 엘리어와 주력 진단제품 비경쟁 계약을 맺어 혈당 측정 관련 제품만 판매가 가능했다”며 “2016년부터는 모든 진단제품 연구와 판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SD바이오센서는 2016년 이후 5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면역진단·분자진단 기기, 잠복 결핵진단시약으로 제품군을 빠르게 넓혔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말라리아, 신종플루 진단시약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로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

고순도 항체 확보해 항원진단키트 개발

SD바이오센서는 국내 분자진단, 항원진단, 항체진단 세 방식 각각에서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정식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유전자증폭(PCR) 방식 진단키트로 지난해 8월, 항체진단키트와 항원진단키트로 11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지난해 4월 PCR 방식 진단키트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진단시장에선 민감도, 특이도가 높은 진단키트를 얼마나 시장에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며 “현장진단과 신속진단에 주력해 코로나19 관련 진단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의 90%가량은 항원진단 부문에서 나왔다. WHO 협력 기관인 FIND의 평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항원진단키트는 CT 33 이하 검체 샘플에서 87.8~91.9% 수준의 민감도가 나왔다. CT 값을 25 이하로 낮춘 평가에선 민감도가 95.9~100%로 나왔다. CT는 분자진단에서 검체 속 유전자를 증폭하는 횟수를 가리킨다.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을수록 유전자 증폭을 많이 해야 해 CT 값이 높아진다.

그간 항원진단키트는 검체에 바이러스 양이 적어 CT 값이 높은 경우엔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분자진단에선 유전자증폭을 최대 40회 정도 실시하는데 바이러스가 많은 검체는 CT 값이 20 이하인 경우에도 양성이 확인되기도 한다. SD바이오센서는 이 값을 33으로 높였음에도 90% 수준의 민감도를 확보했다.

SD바이오센서는 항원진단키트에 쓰이는 항체의 순도를 높이고 항체와 금 입자의 접합 기술을 개선해 민감도를 확보했다. 항원진단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할 수 있는 항체를 제품에 심어놓아야 한다. 이후에는 시각적으로 이 항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항체는 코로나19 항원과 결합한 뒤 자줏빛을 띠는 금 입자와도 결합하게 된다.

이 대표는 “고품질의 항원진단키트를 만들기 위해선 코로나19 항원을 잘 붙잡을 수 있는 항체를 확보해야 한다”며 “상태가 양호한 항체를 고순도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금 입자를 원하는 항체 부위에 결합시킬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기술을 바탕으로 항원진단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SD바이오센서는 중국, 인도에 해외법인을 세워 현지 영업에 나서고 있다. 2015년엔 인도에 진단기기 생산공장도 세웠다. 현재 진단키트를 연간 6000만회분 생산할 수 있는 인도 공장은 올해에 생산 능력을 1억2000만 회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스위스 진단기업인 로슈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체결해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108개국에 진단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 SD를 통해 동남아 등 해외에서 확보했던 유통사들이 10년간 함께 성장하면서 든든함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진단장비는 검사시간 줄이고 휴대성 강화

이 대표는 올해에도 코로나19 진단제품에서 견고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의 종류에 따라 백신이 달라지듯 코로나19도 마찬가지로 백신이 달라지면서 유행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진단 영역에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진단장비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코로나19 면역진단장비만 8000여 대를 판매했다. 올해엔 5만 대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장비 공급을 늘리기 위해 SD바이오센서는 분자진단, 면역진단 모두에서 장비 개발에 힘쓰고 있다. PCR 진단에선 현장진단용 제품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장 PCR 진단기기인 ‘스탠다드 M’은 30분 내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진단 장비다.

이 장비에 검체와 시약을 넣으면 핵산 추출, 유전자 증폭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최대 12개 유전자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검사에 3~6시간이 걸리는 기존 PCR 진단 방식의 단점을 개선하고 추출 장비와 증폭 장비를 따로 써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다. 이 PCR 진단장비를 이용하면 결핵, 지카바이러스, A형·B형 독감, A형 간염 바이러스(HAV), C형 간염 바이러스(HCV) 등 다른 감염병을 진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탠다드 F
스탠다드 F
면역진단기기 브랜드인 ‘스탠다드 F’는 민감도 향상과 현장진단(POCT) 제품 개발에 중점을 뒀다. 이 회사는 스탠다드 F의 제품군을 3개로 나눴다. 가장 크기가 작은 제품은 전선이 필요 없는 휴대용 면역진단기기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건전지를 이용해 전력을 확보할 수 있고 블루투스를 통해 평가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 대표는 “금 입자 대신 형광물질에 자외선을 쪼여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면역진단기기”라며 “기존 90% 수준이었던 항원 신속진단키트 민감도가 형광물질을 사용하니 93~94%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시간당 70개의 검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형 면역진단기기는 개발을 완료하고 대형병원에 공급 중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를 바탕으로 진단장비를 얼마나 많이 보급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사용 편의성과 높은 민감도를 확보한 형광 면역진단기기를 올해 미국 시장에 최대한 많이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D바이오센서는 올해 상반기 중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올해 코로나19 진단제품 판매가 계속되리라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