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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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고,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은 지 1년이 되어 간다. 지난 1년 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해 온 주제는 언제나 코로나였다. 코로나 역학조사, 백신 개발 현황, 부작용 문제와 항체 생성, 집단면역 등 이전에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바이오 용어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일반인들의 바이오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생명체가 위협으로부터 발전시킨 방어전략, 면역

우리 인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와 공생해왔고, 그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고 방어를 하면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생존해왔다. 우리의 역사에는 천연두, 흑사병, 말라리아, 스페인독감, 에이즈, 에볼라와 같은 코로나19보다도 더 무서운 전염병이 있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질병이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이렇듯 계속되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를 비롯한 많은 생명체는 다양한 방어전략을 만들어왔으며 이것을 ‘면역’이라고 한다. 면역은 쉽게 말하면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고, 비자기를 제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때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비자기를 ‘항원’이라고 한다. 우리 몸은 외부 환경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계는 새로운 항원을 찾고 제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만약 면역계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순간 다양한 형태의 질병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위험인자를 미리 노출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백신

백신은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을 우리의 면역계에 미리 노출시킴으로써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백신은 단백질의 형태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의 형태일 수도 있다. 또는 코로나 백신과 같이 RNA나 DNA로 이루어진 뉴클레오티드 형태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항원이 우리 몸에 침투를 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두 가지의 면역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T세포, 백혈구와 같은 면역세포에 의해 일어나는 ‘세포성 면역’과 항체와 같은 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체액성 면역’이 그것이다.

새로운 항원이 들어오면 세포성 면역에 의해 항원의 1차 가공이 일어나고 면역세포 중 B세포에서 이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혈액이나 림프액 등을 통해 우리 몸을 순찰하면서 항원이 나타나게 되면 항원-항체 결합을 통해 항원이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항원에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때 나타나는 새로운 단백질 등도 포함된다. 따라서 암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찾고 그에 대한 항체를 개발한다면 항체를 이용한 항암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

부작용 적고 안전성 높은 항체치료제

면역현상의 발견과 면역을 이용한 질병의 예방에 대한 개념은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우두(cowpox)를 이용해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음을 보인 18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항체가 치료제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이후 다양한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제 시장에서 항체가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항체 치료제는 기존의 합성의약품 대비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합성의약품에 비해 제작 기술이 어렵고, 생산비용도 높다. 기존에는 동물에 항원을 주입하고 동물의 면역반응을 이용해 항체를 제작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했다. 최근에는 항체라이브러리를 이용한 항체 제작 기술이 발전해 기존 기술보다 비교적 쉽게 항체 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항체의 구조 및 성격

항체는 2개의 중사슬과 2개의 경사슬로 구성된 4개의 폴리펩타이드가 연결돼 만들어진 Y자 모양의 단백질이다. 기능에 따라 항원과의 결합에 중요한 변이부위(항원 결합 부위)와 항체의 구조 유지, 체내 반감기 증가, 면역세포 및 보체 단백질(complement)을 통한 면역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불변부위(Fc)로 나누어진다.

변이부위는 항원에 따라 다른 정보를 가지게 되며 아미노산 서열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 변이부위 중에서도 항원 결합에 특히 중요한 부위는 상보성결합부위(CDR)라 하며 중사슬과 경사슬 각각 3개의 CDR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중사슬의 세번째 CDR이 항원과의 결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DR은 항체-항원 결합에서 항체의 특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로 아미노산의 서열과 길이 정보에 따라 달라진다.

항체는 불변부위의 형태에 따라 IgG, IgA, IgM, IgD, IgE의 5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형태는 대부분 IgG이다. IgG는 다시 IgG1~IgG4의 4개 아형으로 나뉜다. IgG1은 면역반응을 강하게 유도하지만 IgG4는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암세포에 있는 항원을 타겟으로 항체를 개발할 때에는 항체를 매개로 한 면역반응을 강화해 주는 것이 효능 향상에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IgG1을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그 중에서도 T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를 타겟으로 항체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IgG4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항체의 불변부위에는 N-글라이코실화 자리(N297)가 있다. 이 자리에서의 당화(glycosylation)는 보체 및 면역세포를 통한 면역반응에 매우 중요하다.

체내 세포에는 항체의 불변부위에 결합할 수 있는 불변부위 수용체(Fc receptor)가 있다. 항체가 이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재사용이 가능해지며, 결과적으로 다른 물질들에 비해 비교적 긴 반감기를 가지게 된다. 항체의 이 특성은 다른 단백질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특성으로 여겨진다. 단백질 기반의 바이오 의약품은 대부분 짧은 체내 반감기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이오 의약품에 항체의 불변부위를 결합시키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다음 시간에는 최근의 항체 제작 기술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항체의 세계] 항체치료제, 왜 뜨는가
이정욱

성균관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항체 연구를 시작했고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팀장을 지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한올바이오파마를 거치면서 바이오의약품 기술 분석 및 면역항암제 연구를 했다. 현재 세라노틱스 항체신약연구소장으로 항체 라이브러리 구축 및 항암항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