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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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스템의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주’가 11월 첫 환자 등록을 시작으로 임상 3상에 돌입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로서는 국내 최초로 한·미 양국의 동시 임상을 승인받아 국내에서 진행되는 임상이다. 국내에서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한 후, 이 결과만으로도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코아스템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의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경쟁사인 브레인스톰셀테라퓨틱스가 지난 11월 ALS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뉴로나타-알주’는 ALS 질환 시장 내에서 가장 임상 개발 속도가 빠른 줄기세포치료제가 됐다.

세계 최초 시판허가 받은 ALS 줄기세포 치료제

코아스템의 첫 번째 신약 파이프라인인 뉴로나타-알주는 희귀난치병인 ALS 치료제다.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원인 미상으로 급성 사멸해 온몸 골격근의 마비가 진행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ALS가 발병한 환자는 수년 내 사망에 이른다.

코아스템의 뉴로나타-알주는 환자의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다. ALS는 골수까지 침범하지 않아 환자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 채취한 골수는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시설로 옮겨져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한 후, 뇌척수액과 혼합해 다시 환자의 뇌척수강 내로 투여한다. 골수 채취에서 완제품 생산까지는 28일 정도가 걸린다. 코아스템은 위탁생산(CMO)을 하지 않고 회사가 직접 줄기세포치료제 생산을 맡고 있다.

코아스템은 뉴로나타-알주에 대해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후 조건부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5년부터 국내 루게릭병 환자에게 처방되어 2020년 10월 말 현재 321명이 투여받았다. 2018년에는 미국FDA에서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됐다.

뉴로나타-알주는 환자의 몸속에서 성장인자, 면역조절인자 및 항염증인자를 분비해 신경염증을 완화하고 운동신경세포 보호효과를 내 질환의 진행속도를 늦춘다. 임상 2상에서 투여 후 4개월 동안 신경세포의 사멸 억제와 항염, 면역조절을 동시에 달성해 환자의 신체기능 저하 속도를 약 60% 이상 완화했다. 김경숙 코아스템 대표는 “뉴로나타-알주는 신경계 질환에 대해 세계 최초로 시판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만 매년 4000~4500명이 ALS로 진단받지만 치료제는 화학합성 의약품인 사노피의 리루텍정(성분명 리루졸)과 미쓰비시 다나베의 라디컷주(에다라본), 줄기세포치료제인 뉴로나타-알주뿐이다. 코아스템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뉴로나타-알주 처방 환자 71명 중 외국인이 42명으로 60%가량을 차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들의 수요가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아스템은 연내 임상 3상에 돌입해 2023년 임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미국 FDA로부터 임상 3상을 승인받았고, 8월에는 식약처에서도 임상 3상 변경 승인을 받았다. 국내 임상 3상은 2015년 이미 승인됐으나 미국시장 진출을 고려해 임상 설계를 일부 변경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을 토대로 향후 FDA의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LS 치료제에 대한 약물 반응이 인종별로 큰 차이가 없는 만큼 FDA가 국내 임상 3상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코아스템은 해외 임상 비용을 절감하고 해외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국내 주요 5개 의료기관에서 임상 3상을 실시해 2023년까지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4년 상반기에 신약허가 승인요청서(BLA)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유럽 허가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뉴로나타-알주는 최근 미국 FDA로부터 치료 목적으로 진행하는 응급 임상을 승인받았다. 응급 임상은 임상 3상과는 별개다. 코아스템은 뉴로나타-알주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 첫 치료제가 미국으로 배송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술은 미국 하버드부속병원(MGH)에서 진행한다. 김 대표는 “응급 임상 승인은 코로나19로 외국 환자들이 국내로 방문해 치료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미국 내 환자들의 요청을 받은 MGH의 제안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며 “FDA의 임상 3상에 대한 신뢰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진행과 동시에 글로벌 기술이전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뉴로나타-알주는 2015년부터 국내외 환자에게 시술되며 이미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뉴로나타-알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코아스템은 기술이전을 위해 줄기세포 치료제의 생산과 보존 기술 향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뉴로나타-알주는 완제품 개발 후 48시간 내에 환자에게 투여돼야 한다. 이 때문에 해외수출은 사실상 어렵다. 코아스템은 유효기간을 7일까지 늘릴 수 있는 냉장보존제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내부 기술시험을 마쳤고 내년 초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냉동보존제 연구도 하고 있는데 성공하면 줄기세포 치료제의 재고관리가 가능해져 사업 확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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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병 줄기세포 치료제, 글로벌로 기술력 확장 계획

코아스템은 ALS 외에도 신경계 질환인 다계통위축증(MSA)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1상을 마쳤다. 소뇌실조증(CA)에 대한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루푸스 줄기세포 치료제 ‘CS20AT04’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현재 글로벌 임상 2b상을 준비 중이다.

루푸스를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은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T세포 및 B세포가 급격히 증가한다. B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가 항체가 염증반응 및 장기 및 조직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코아스템은 줄기세포가 B세포 기능까지 억제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강화된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 등록도 마쳤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은 면역질환 치료제뿐만 아니라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 한 치료제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적용 범위가 넓은 만큼 기술 가치가 높아 향후 기술이전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김 대표는 희귀난치병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 전략 키워드로 ‘글로벌’과 ‘기술력’을 꼽았다. 코아스템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회사로부터 수탁연구개발을 수주하겠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는 “독자적인 줄기세포 기술력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애널 분석
‘뉴로나타-알’ 임상 3상으로 기술이전 가능성도 커질 것
by 서충우 SK증권 연구원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만 해도 연간 1조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계적으로 아직 유력한 치료제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코아스템은 국내 식약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아 그동안 약 300명의 환자에게 처방돼 안정성과 그 효능을 입증했다.

특히 뉴로나타-알의 기술이전은 그동안 국내 다른 회사가 시도했던 방법과는 사뭇 다르다. 코아스템은 뉴로나타-알의 임상 3상 진행 및 신약허가를 받는 과정까지 주도한다. 이에 기술이전 과정에서의 가격협상에 다소 유리한 측면에서 임할 수 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