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토카막 장치 내부 건설 현장.  /핵융합연 제공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토카막 장치 내부 건설 현장. /핵융합연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부설 기관인 국가핵융합연구소가 다음달 20일 ‘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독립한다. ‘꿈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현실화할 플랜트 건설 등 막중한 임무를 감안해 관련법이 올 들어 개정되면서 이뤄진 조치다. 핵융합 발전 장치의 핵심은 거대한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토카막(Tokamak)’이다.

핵융합 발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면서 헬륨과 중성자를 방출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태양이 빛을 발산하는 과정과 똑같아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린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가스를 토카막에 분사하고 이를 플라즈마 형태로 바꾼 뒤 1억5000만도까지 가열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분출하는 중성자의 초고열로 증기 터빈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플라즈마를 필요할 때마다 발생시켜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 상용화의 관건이다.

토카막은 러시아어로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에 자기 코일을 설치한 장치’란 단어의 약자다. 토카막의 개념은 1950년대 초 수소폭탄 제조용 삼중수소를 얻기 위해 특수 원자로를 고안하면서 싹트게 됐다.

원자폭탄을 인류 최초로 개발해 일본에 투하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을 끝낸 미국은 1952년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한다. 수소폭탄은 수소 핵융합 반응 때 튀어나오는 중성자로, 우라늄 핵분열을 일으키는 폭탄을 말한다. 원자폭탄을 뇌관으로 사용하면서 핵분열→핵융합→핵분열 순서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다단계 열핵폭탄’이라고도 한다. 미국이 수소폭탄을 개발하자마자 옛 소련도 질세라 수소폭탄 개발 완료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핵융합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제 협력의 물꼬가 트인 것은 1956년 니키타 흐루쇼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영국 원자력에너지청을 방문하면서부터다. 흐루쇼프와 동행한 핵물리학자 이고리 쿠르차토프가 영국 측에 핵융합 원리를 설명하면서 평화적 이용을 제안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년 뒤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 회의’가 열렸다. 1961년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관으로 사상 첫 핵융합 에너지 콘퍼런스가 열렸다.

핵융합에 쓸 수 있는 토카막 연구 성과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68년 옛 소련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제3차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에서다. 옛 소련은 여기에서 토카막 내 플라즈마를 1000만도까지 달성했다고 발표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이후 유럽, 미국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토카막 연구에 뛰어들면서 핵융합 기술 발전이 시작됐다.

핵융합 관련 국제 협력은 2006년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와 유럽연합(EU)이 참가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정점에 달했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선 ITER 설비 건설이 한창이다. 지난 7월부터 장치 총조립이 시작됐다. 2025년 준공이 목표다. ITER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핵융합연은 ‘케이스타(KSTAR)’라는 핵융합실험장치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3월엔 1억도 이상 플라즈마를 8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케이스타의 최종 목표 성능은 3억도 플라즈마를 토카막에서 300초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