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만에 300명대로 올라섰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방역단계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서울 확진자 3명 중 1명이 '깜깜이'…구로 아파트서 25명 집단감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5일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307명, 해외 유입이 13명으로 총 320명 늘어났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등 수도권 집단감염 여파로 수도권에서만 229명이 새로 확진됐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다녀간 광주의 한 교회에서도 신도 28명과 접촉자 4명 등 32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은 골목상권에서 국가기관까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미용실에서 감염이 잇따르며 확진자가 모두 9명이 됐다. 구로구 아파트에서도 집단감염이 나타났다. 주민 1명이 23일 처음 확진된 데 이어 24일 2명, 25일 2명이 감염됐다. 26일 오후 6시 현재 20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관련 환자는 총 25명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주민 들을 상대로 검사를 하고 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청원경찰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크게 늘었다. 서울의 경우 16일 신규 확진자 중 깜깜이 환자는 6.6%였다. 하지만 25일에는 35.7%로 크게 높아졌다. 추가 전파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한 지 1주일 정도 지나 효과와 환자 발생 추이를 점검하는 한편 3단계 조치를 했을 때 실효성 있는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단계 거리두기의 시기와 방법,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병상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수도권 내 중환자 병상 319개 가운데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19개뿐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중앙임상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신규 환자가 매일 300여 명씩 계속 나오면 9월 3일까지 중환자가 최대 130명 발생한다”며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달 말까지 병상을 36개, 다음달 14일까지 40개를 추가로 확충하고 병세가 호전된 환자는 중등증 또는 경증 병상으로 보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들어간 이후 처음 맞은 지난 주말 수도권 내 휴대폰 이동량은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2~23일 수도권 휴대폰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전주보다 20.1% 감소한 2676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대구·경북 확산 당시 이동량 감소폭(40%)의 절반 수준이다.

박상익/하수정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