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 일본도 뛰어들었다.

31일(현지시간)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는 일본 정부와 임상 3상 중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BNT162b2’ 1억2000만회 분량을 일본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두 번 접종을 고려하면 총 6000만명분이다.

BNT162b2는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다. 오는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가 목표다.

일본에 앞서 미국도 5000만명 분량의 BNT162b2를 확보했다.

화이자는 지난달 말 미국 정부와 19억5000만달러(약 2조3300억원)에 백신 1억회 분량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일본과의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비슷한 가격에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 공급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하고 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도쿄 올림픽이 열릴 일본에 백신을 공급하게 돼서 자랑스럽다”며 “도쿄 올림픽은 세계적인 전염병 위험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백신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급계약 계획은 알려진 게 없다. 지난 1일에 열린 제7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는 정부가 국내 자체 개발을 지원하면서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두 가지 전략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조태준 SK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은 백신의 ‘선투자 선구매’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함께 출범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가입돼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가입국에 백신을 공평하게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국제연합이다. 만약 코백스에서 공급 백신을 선정하면 우리나라는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정희진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안전망 유지를 위한 인력과 취약계층을 포함해 백신 접종의 우선 순위를 미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