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

창업 2년차에 본사 독일로 옮겨
"망해도 유럽서 검증받고 싶었다"

고객사인 伊 프로팀 성적 급상승
입소문 나면서 710개 구단이 도입
코로나 사태에도 거액 투자유치
중계 서비스 등 신사업 모색도
비프로일레븐의 분석 데이터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프로컴퍼니 제공

비프로일레븐의 분석 데이터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프로컴퍼니 제공

스포츠는 데이터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대표 프로 축구리그의 명문 구단들도 승률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한다. 이들이 애용하는 분석 플랫폼 중 하나가 강현욱 비프로컴퍼니 대표(사진)가 운영하는 ‘비프로일레븐’이다. 축구 경기 영상을 촬영·분석한 데이터를 구단들에 보기 좋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해외 진출 3년 만에 명문 구단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소시에다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등 세계 12개 국가 710개 구단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창업 2년 만에 독일 진출

"獨 레버쿠젠·英 뉴캐슬이 우리 고객"…축구 분석 플랫폼으로 1000만弗 '잭팟'

비프로일레븐은 강 대표가 서울대 축구동아리에서 선수로 뛰며 느낀 작은 불편에서 시작했다. 대학 축구팀들은 리그에서 주는 엑셀 파일 위에 데이터를 기록했다. 수작업을 통한 데이터 입력은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활용성도 떨어졌다. 강 대표는 “스포츠 데이터가 엑셀 파일에만 남아서는 유용한 콘텐츠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데이터에 동영상을 붙여 축구팀에 주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유럽 축구 구단들은 경기 및 훈련영상 촬영,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SW) 활용 등을 각기 다른 업체에 의뢰해왔다. 비프로일레븐은 영상 촬영부터 분석까지 모두 맡는다. 우선 고객 구단의 훈련장과 경기장에 카메라 2~4대를 설치한다. ‘비디오 스티칭’(영상 꿰매기) 기술로 각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을 하나의 파노라마 장면으로 합친다. 인공지능(AI)이 경기 내내 개별 선수를 식별해 따라다니는 ‘오브젝트 트래킹’(대상 추적) 기술로 각 선수의 움직임과 패스·슈팅 횟수를 기록한다.

높은 정확성도 비프로일레븐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비프로일레븐이 고용한 데이터 분석가들은 AI가 기록한 데이터가 정확한지 검수한다. 데이터는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에게 시각화한 자료로 보낸다. 비프로일레븐은 구단 관계자들이 영상을 간편하게 잘라서 회의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도 서비스하고 있다.

2015년 비프로컴퍼니를 창업한 강 대표는 설립 초기 아마추어 팀과 K리그 유소년 팀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창업한 지 2년째 되는 해에 사무실을 독일 함부르크로 옮겼다. 그는 “축구산업이 가장 발달한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실패하게 될 사업 모델이라고 판단했다”며 “근근이 버티면서 ‘좀비기업’이 될 바에는 일찍 망하더라도 유럽에서 사업 가능성을 검증받고 싶었다”고 했다. 유럽 진출 초기에는 지역 하부리그 팀들이 주요 고객사였다. 지난해 강등권에 놓여 있었던 세리에A의 ‘볼로냐FC’가 서비스 도입 후 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명문 구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스포츠계의 구글’ 되겠다”

비프로컴퍼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포츠산업이 침체된 와중에도 6월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000만달러(약 12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금은 약 240억원에 달한다. 유럽 진출 당시 9명이던 임직원 수는 75명으로 늘었다.

비프로컴퍼니는 ‘스포츠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전 세계 스포츠 데이터를 플랫폼 안에 모으는 것이 목표다. 강 대표는 “축구 플랫폼을 서비스하며 쌓은 노하우는 모든 구기 종목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를 활용한 중계 서비스, 선수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스카우팅 플랫폼 등의 신규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로의 확장도 꿈꾸고 있다. 강 대표는 “아마추어 선수들도 데이터를 분석해 실력을 높이려는 욕구가 있다”며 “AI 기술을 고도화해 서비스 원가를 낮춰 일반인도 편하게 쓰는 서비스를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